
봉은사 직영 사찰 지정을 둘러싼 조계종 총무원 측과 봉은사 측의 공개토론이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양측의 입장을 확인하는 수준에서 마무리됐다. 총무원과 봉은사, 그리고 토론회를 주선한 불교단체 등 토론회에 참가한 측은 모두 “토론이라는 공개적인 장에서 이같은 논의가 열렸다는 점 자체는 높게 평가”했지만 대안 모색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시했다. 4월 30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지하공연장에서 무려 5시간에 걸쳐 진행 토론회에서도 양측은 서로의 입장을 팽팽하게 고수하며 좀처럼 이견의 폭을 좁히지 못했다.
1, 2부에 걸쳐 △봉은사 직영사찰 지정 무엇이 문제인가 △봉은사 문제 무엇을 과제로 남길 적인가를 각각의 주제로 진행된 토론의 쟁점은 △직영 추진의 졸속 여부 △외압 발언의 문제점 △직영사찰에 대한 평가 등 세 가지 주제로 모아졌다.
봉은사 측은 직영 결정이 철저한 사전 준비와 충분한 소통 없이 이뤄진 졸속 행정이었음을 부각시키는데 초점을 맞추며 토론회를 시작했다. 이에 반해 총무원 측은 직영 전환의 취지를 알리는 방식에 미숙함이 있었음은 인정하면서도 오랜 기간 논의와 준비를 거쳐 결정된 사안이라며 봉은사 측의 주장을 일축했다.
명진 스님은 “직영에 대한 로드맵을 제시하라고 했더니 문건은 없다하고, 직영이 결정된 후에도 15일 이상이 지난 후에야 공식적인 통보를 받았는데 이게 어떻게 소통이고 사전에 준비가 된 것인가”라며 “갑자기 직영을 정해 놓고 끼워 맞추느라 고생하고 있는 것”이라고 총무원 측을 힐난했다.
이에 대해 총무원 박용규 총무차장은 “봉은사 신도들과 스님들의 이해를 위한 설명을 준비하고 있는 도중 명진 스님이 정치권 외압설을 제기해 본질을 왜곡 시키고 종단의 설명 기회 자체가 차단된 점은 매우 유감스럽다”며 “종단에서는 지난 수년간 수도권 포교활성화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고 많은 연구와 검토들이 있었으며 이러한 노력과 판단의 응집된 결과로 봉은사 직영전환이 이뤄진 것”이라며 봉은사 측의 지적에 반박했다. 또 김영일 기획차장은 “종단의 여러 종책들이 진정성을 갖고 있음에도 종도들과의 교감·이해·홍보 부족 등으로 인해 많은 이견을 불러온 것이 사실이며 실무자로서 이러한 문제에 대해 깊게 반성하다”면서도 “봉은사 직영 전환은 33대 종단 집행부의 종책 방향에 따른 포교 활성화가 목적이었으며 직영사찰 운영을 둘러싼 미흡한 법적 제도적 장치들은 꾸준히 보완 제정해나갈 계획”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송진 봉은사 신도회장은 “종단이 아무런 대안이나 로드맵 없이 봉은사 직영전환을 결정했다는 신도회의 우려를 오히려 여기서 확인했다”고 재차 종단의 미흡한 준비를 문제점으로 지적하며 “직영 전화에 따른 대안이나 체계적인 계획없이 오직 직영전환을 통해서 포교활성화를 실행하겠다는 주장만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라며 총무원에 대한 깊은 불신을 다시 한 번 드러냈다.
정치 외압발언에 대해서는 총무원 측이 공격적인 자세를 보였다.
김영일 차장은 “좌파주지를 몰아내기 위해 직영을 결정했다면 총무원장 스님이 공식석상에서 명진 스님의 임기를 보장하겠다고 말 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특히 안상수 대표 발언의 문제를 제기하는데 있어 그 잘못의 화살을 총무원장에게 돌려서는 안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 차장은 전 총무원장 스님의 차량 트렁크를 경찰이 검문했던 사건을 예로 들며 “그런 문제가 벌어졌을 때 지관 스님을 향해 총무원장이 왜 외압을 받았느냐 문제 삼을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며 “총무원장에게 화살을 돌리는 순간 문제의 발언에 대해 대응할 수 있는 사람들의 손발을 묶어 놓은 것”이라고 비난의 수위를 높였다.
이러한 문제제기에 대해 성태용 사회자는 명진 스님을 향해 “발언의 진위와 내용 여부를 떠나 외압설로 인해 종단이 입은 상처에 대해 이 자리를 빌어 사과할 의향은 없는가”라고 질의했으나 명진 스님은 “내가 말한 부분에 대해 거짓이 있다면 승적을 파겠다는 각오를 말한바 있으며 직영 절차 자체가 외압이 아닐 수 없다면 있을 수 없다”며 지금까지의 주장을 재차 확인했다.

이에 대해 김영일 차장은 “외압 발언 문제는 상당히 중요한 대목이며 이 부분에 대한 충분한 논의와 함께 분명한 책임이 뒤따라야 된다”고 강조했지만 사회자는 이 사안에 대한 논의를 더 이상 진행시키지 않았다. 토론회 마무리에 성태용 사회자는 “외압 발언 부분에 초점이 모아졌다면 이 논의가 지속되지 못했을 것이라는 사회자의 판단에 따른 결정이었다”고 첨언하기도 했다.
이번 토론의 또 하나 쟁점은 ‘직영사찰’을 바라보는 총무원 측과 봉은사 측의 판이한 견해차에서 벌어졌다. 봉은사 측은 직영사찰인 조계사와 봉은사의 신도수 비교 등을 표로 제시하며 “봉은사를 직영해 포교 활성화를 이루겠다고 하지만 직영 사찰인 조계사의 현황을 볼 때 직영은 오히려 포교 활성화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총무원 측은 “총무원이 소재하고 있는 조계사가 그동안 여러 종단 내홍의 중심이 되면서 직영사찰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고착화된 것이 이번 사태의 적지 않은 원인이라고 본다”며 “봉은사를 직영사찰로 지정한 것은 지금까지 봉은사가 이룬 성과를 계승하고 종단의 목적 사업을 보다 효과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 큰 틀을 만들자는데 뜻이 있다”며 직영사찰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고자 했다.
실천불교전국승가회 대표 법안 스님은 이에 대해 “직영사찰에는 여러 가지 장단점이 공존하고 있다”며 “이번 기회에 보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직영사찰의 성격과 지정 목적, 운영 방식이 종단 차원에서 전면적으로 재검토되길 바란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토론회를 마친 후 각 측은 “토론의 장이 마련됐다는 점 자체를 성과로 평가한다”는데에는 의견을 모았지만 서로간의 입장이 더욱 명확해 졌음을 드러냈다.
봉은사 부주지 진화 스님은 “토론회를 통해 총무원이 직영 전환이 무계획적으로 진행됐음을 확인했다”며 “단 명진 스님은 문제 제기 방식이 합리적이지 않았다는 지적은 일부 수긍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총무원 김영일 기획차장은 “외압 발언의 문제점과 책임에 대한 명확한 토론이 이뤄지지 못한 점은 아쉽다”며 “토론회를 통해 불교적 해법 모색의 새로운 방식을 시험한 자리였다는데 의미를 두고자 한다”고 평가했다. 단체 측을 대표한 도법 스님은 토론회를 마무리하며 “토론회는 종단의 문제를 드러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그것을 치유하는 것이 목적”이라며 “건강한 자기 회복에 대한 기회가 되었다는 점에서 참석자들 모두에게 감사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 해결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토론회가 이렇다 할 대안 도출에 이르지 못하고 마무리됨에 따라 이후 봉은사 사태의 전재 방향은 여전히 안개 속 국면이다.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은 “앞으로도 이 문제는 중노릇에 연연하지 않고 정직한 자세로 대해 나갈 것”이라며 기존의 입장을 다시 한 번 천명했고 총무원 측 역시 “봉은사의 문제 제기 방식이나 외압설에 대한 책임문제가 논의돼야 할 것”이라고 밝히며 토론회는 사실상 양측의 팽팽한 긴장감이 더욱 고조된 속에서 마무리됐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1047호 [2010년 04월 30일 21: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