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가 미래사회연구소와 공동으로 실시한 대선 여론조사 결과를 새해 특집으로 게재했다. 교계 출재가 지도자를 상대로 한 설문이기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결과적으로는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 원장이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앞섰다. 지역, 연령대, 출재가 등의 각 계층에 따른 순위 변화는 다소 있지만 하나는 확실하다. 박근혜 위원장보다는 야권 후보인 안철수 원장과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을 선호한다는 점이다. 현 정부, 한나라당에 대한 반감이 크게 작용하고 있음을 읽을 수 있다.
주목해 볼 것은 대통령 후보가 갖춰야 할 중요 덕목으로 ‘신뢰성’을 꼽고, 차기 대통령이 풀어야 할 중요 과제로 ‘공정사회 구현’을 선택했다는 점이다. 신뢰성과 공정사회 구현에 주목하는 이유를 헤아려 보아야 한다. ‘덕목’ 문항 중에는 도덕성, 안정성, 개혁성, 포용성도 있었지만 교계는 압도적으로 신뢰성을 택했다. ‘과제’ 항목 중에는 양극화 해소, 경제성장, 사회복지 확대, 한반도 긴장완화, 사회통합도 있었지만 결국 ‘공정사회 구현’을 택했다.
교계는 더 이상 ‘도덕’이나 ‘개혁’이라는 말에 무게를 두지 않는 듯하다. 이명박 정부가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부’라 자평했지만 극 보수층을 제외하면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없다. 어쩌면 이미 ‘도덕적 정부’는 기대조차 하지 않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정치권에서의 개혁이란 말도 정치적 선동 구호에 지나지 않는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 정부 들어 양극화, 사회복지, 한반도 긴장완화 문제를 놓고 여야가 끊임없이 충돌했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이 부분에 관한한 어떤 대책도, 어떤 성과도 제시하거나 이루지 못했다. 서울시장 선거를 통해 사회복지가 그나마 확대된 것이 변화라면 변화다. 그러나 이 역시 한나라당의 성과가 아니다. 오히려 여기서 한나라당은 완벽하게 패했다. 무상급식 확대 사안이 이를 잘 대변해 준다.
그렇다면 왜 교계는 양극화나 사회복지, 한반도 긴장완화 중 하나를 첫 번째로 꼽지 않고 공정사회 구현을 택한 것일까. 상기 세 분야는 당장 단박에 바뀔 수 없다고 보는 듯하다. 역설적으로 보면 정의와 공정사회를 실현해 가는 정부가 이 세 분야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을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교계 역시 대 변화를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뢰를 바탕으로 한 공정사회를 구현하려는 인물, 정부를 원하고 있다.
그렇다면 짚어보아야 할 게 있다. 신뢰를 쌓고 공정사회를 구현하는 인물은 누가 뽑는가. 초등학생도 아는 답이지만 ‘우리’다. 정치인들 스스로가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를 간과한다. 투표를 하지 않으면 편할 수 있다. 비판이든, 옹호든 쉽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투표를 하지 않는 것도 의사표현이라 하지만 2012년 선거 특성을 고려하면 이는 용납되기 어렵다. 총선과 대선을 한 해에 치러야 한다. 1992년 이후 20년 만에 있는 선거다. 여기에 미래 희망조차 걸기 어려운 지금의 냉혹한 현실을 외면할 수만은 없지 않은가.
양극화 해소를 원한다면 누가 양극화를 조장하고, 누가 양극화를 해소하려 하는지 들여다 보아야 한다. 사회복지 확대를 원한다면 누가 이 일에 앞장서 왔는지를 살펴보아야 한다. 한반도 긴장완화를 원한다면 누가 긴장을 조성했고, 누가 완화 노력에 최선을 다했는지 헤아려 보아야 한다.
현 정부도 공정사회 구현을 말했다. 정의를 실천하고 있다고 피력해 왔다. 하지만 지금은 이 정부를 향해 냉소만 보내고 있다. 잠재성장 4%도 버거운 현실에서 7% 경제성장을 해 보이겠다는 꼼수도 부렸다. 지지율 떨어지니 친 서민 정책을 쓴다고 했지만 양극화만 심해졌을 뿐이다.
국회의원, 대통령 후보 모두 정의사회, 공정사회 구현을 내세울 것이다. 중요한 건 어떤 인물이 이 화두를 풀어낼 수 있는지를 통찰해 보는 것이다. 한시도 잊지 말아야할 것은 직접 선택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너와 나 따로 생각할 게 없다. 세상을 바꾸는 힘이 불자 손에 달려 있다는 사실만 직시하면 된다. 말이 아닌 실천이 절실한 한 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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