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출가자 수 늘리기에 연연 말라

천해 2012. 6. 30. 02:07

 

출가자 수 늘리기에 연연 말라
 
2012.06.25 11:49 입력성태용 교수 tysung@hanmail.net 발행호수 : 1151 호 / 발행일 : 2012-06-27

지난 6월14일 조계종 승가교육진흥위원회가 개최한 ‘출가제도 개선과 출가자 활성화 공청회’에서 발제자들 대부분이 출가에 연령과 장애가 기준이 될 수 없다는데 의견을 같이 하였다.


원론적으로 보아 당연한 이야기이다. 온 삶을 깨달음을 추구하는데 바치기로 결단하는 출가에 무슨 차별이 있을 수 있겠는가? 그 결심의 확고함을 기준으로 하는 도리밖에 없을 것이다. 문제는 이 출가의 연령 등이 문제가 된 상황에서 공청회를 연 이유가 그런 원론의 확인에 그치고자 하는 데 있지 않다는 것이겠다.


출가자 수의 감소, 출가자의 자질 문제 등을 함께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서 이런 원론적인 이야기보다는 좀 더 현실적인 대안이 시급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하여 무조건 현실적인 대안에만 몰두하다보면 큰 원칙을 저버릴 위험이 있다는 것이 또한 문제다. 출가는 개인적인 차원의 문제이지만, 개인 출가자들이 사부대중 공동체에서 출가중을 형성한다는 점에서 단지 개인적인 차원에 머물 수는 없다. 사부대중 공동체에서 출가중은 특수한 전문가집단에 해당하며, 군대조직에 비유하자면 사관생도에서 장교로 나가는 코스와도 유사한 점이 있다. 그런 특수한 코스에는 특수한 선발규정이 따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평등이라는 기준이 적용될 곳과 적용되지 못할 곳이 있다면 바로 이런 곳이다. 기본적인 차원에서의 평등이라는 것이 부정될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하여 그 평등이 어느 곳에서나 적용될 수도 없다. 사관생도를 뽑는 기준이 엄격하다고 해서 그것을 불평등이라고 비난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연령제한 등을 없앰으로써 출가자 수를 늘리려는 의도가 있다면 그것은 본원과 대종에서 어긋난 것이다. 중요한 것은 역시 원론이다. 출가자가 진정 출가자로서의 자질을 가지고, 출가중으로서의 위상을 지키면서 대중들의 모범이 되고 지도자가 될 수 있는 틀이 갖춰지지 않고서는 모든 임시방편적인 노력은 고식책에 불과하게 된다.


원효와 같은 위대한 스님도 한번 파계한 다음에는 출가자로서의 위치를 스스로 포기하고 소성거사로 자처하였다. 적당하게 완화된 계율이라든가, 적당히 기준을 낮추고 숫자를 확보하려는 방식은 오히려 출가자의 위치를 스스로 낮출 뿐이다. 고매한 이상으로 출가를 지향하려는 참된 수행자를 출가의 길에서 멀어지게 할 뿐이다.


문제는 전혀 다른 곳에 있다. 지금 스님으로서 계율을 제대로 지키는 스님이 몇이나 되는가? 지킬 수 없는 계율을 꼭 지키라고 강요하려는 것이 아니다. 참으로 지킬 수 있고 지켜야만 되는 현대적 계율의 의미를 근본적으로 살펴 제정하고, 그 계율에 철저한 권위 있는 출가승단을 이루라는 것이다. 출가중의 숫자에 연연하지 말고 참으로 권위 있고 청정한 출가승단을 이루는 것이 급선무다. 숫자가 적어 문제가 되는 부문은 과감하게 재가자에게 맡기거나 특별한 제도를 통해 해결하면 될 일이다. 진리와 깨달음에 온 삶을 바치는 출가자의 모습이 참으로 존경할만하고, 또 매력적인 삶으로 비춰지지 않는 한 출가자 수가 늘어날 길은 없다. 지금처럼 어정쩡한 모습의 출가승단을 유지하려는 방편들은 언제나 근본적인 한계에 부딪힌다는 말이다. 그럴 바엔 차라리 3∼5년을 기본으로 하는 단기 출가제도를 만들고, 그 기간에는 가장 엄격하게 청정계율을 지키며, 그러한 삶을 계속 이어나갈 동기를 충분이 얻은 분들을 온전한 출가로 이끄는 방법을 생각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성태용 교수
그렇지 않은 분들은 나름 그 동안 얻은 불법의 지혜를 사회에 회향하는 틀을 만들어 나간다면 불법의 확산을 위해서도, 출가의 수승함을 인식시키는 데도 큰 기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불법이 대기설이요 방편설이듯 출가제도 또한 대기방편이라는 큰 틀에서 보아야 한다. 출가의 본질에 가장 충실하면서도 현실에 맞는 방편제도를 갖추는데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성태용 교수 tysu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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