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관 외압에 교계 침묵 섭섭 前원장땐 여권 사람들 말조심했다”
[인터뷰] 김영국 거사, 3시간 동안 심경 토로
“명진스님과 커넥션? 그런 일 결코 없다” 일축
친동생같은 후배 다칠까 노심초사 부쩍 수척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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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산 김영국 거사. |
요즘 불교계의 뉴스메이커는 단연 명진 스님(봉은사 주지)과 김영국 거사(현산·조계종문화사업단 대외협력위원)다. 봉은사 직영사찰 지정에 정부여당의 외압이 작용했다는 명진 스님의 폭로 발언 이후, 김영국 거사는 본의와 상관없이 논란이 중심에 서게 되었다.
절집에서 팔자타령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지만, 김 거사의 요즘 심기는 팔자 사납다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 몹시 불편하다. 총무원장의 종책특보를 하면서 나름대로 불교를 위해 애종심으로 이런저런 역할을 한 것이 뒤늦게 자신을 옭아매는 부메랑으로 돌아왔기 때문이다.
더구나 지난 7일 청와대 이동관 수석으로부터 명예훼손을 했다며 고소까지 당하고보니 세상이 참 얄궂게 돌아간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그런 김 거사를 10일 오전 만났다. 부쩍 수척해진 얼굴이 안쓰럽다. 자신의 일로, 친동생처럼 아끼는 후배 박 아무개가 혹시 다치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한 탓이다. 김 거사는 이동관 수석과의 통화논란과 함께 후배 박 아무개에게 불이익이 돌아갈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소화가 안 돼 며칠째 제대로 음식을 먹지 못하고 있다.
‘불자들도 궁금해 할 것이니 허심탄회하게 요즘 심경을 털어놔 보라’는 기자의 요청을 고민 끝에 받아들인 김 거사는 10일 직접 <미디어붓다>를 방문해 주었다. 오전 10시 30분부터 대화를 시작해 오후 1시 30분 점심 자리까지 3시간 동안 그와 대화를 많은 나눴다. 취재라기보다는 담소의 형식으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풀어갔다.
안타까움, 착잡함, 그러나 결연함. 김 거사와 대화를 나누며 기자는 시종 이런 느낌들 교차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의 뇌리엔 지난 한 달여 동안 마치 폭풍처럼 벌어진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스쳐가는 듯했다.
김 거사와 모든 것을 터놓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은 사실, 지난 1988년 중반부터 약 1년간 같은 신문사에서 함께 기자로 일했던 지중한 인연으로 쌓인 서로에 대한 신뢰가 큰 역할을 했다. 함께 옆자리에 앉아 일을 한 두터운 인연이니, 옷깃만 스쳐도 500세의 인연을 말하는 불교계에서 못할 이야기가 어디 있으랴. 그와의 대화를 일문일답으로 정리했다.
조계사주지 실천쪽 스님 임명설에 여권사람들 ‘예민’
-명진 스님이 3주전 일요법회를 통해 지금까지 한 이야기는 30%에 불과하다고 했는데, 나머지 70%가 무엇인지 알고 있나. 혹시 명진 스님에게 (김 거사가) 전한 이야기 중에 아직 나오지 않은 것이 있는가?
알고 있나. 혹시 명진 스님에게 (김“전혀 없다. 내가 명진 스님에게 전했던 이야기는 다 말씀하셨다. 다른 이야기가 더 있다면 그것은 내가 아닌 다른 곳에서 들은 이야기일 것이다.”
-안상수 원내대표가 했던 발언은 사실 처음 나온 것이 아니라, 총무원장 선거를 전후해 불교계 일각에서 떠돌던 이야기가 아닌가?
“그렇다고 볼 수 있다. 나도 안상수 대표의 발언은 여권내 전반적인 분위기를 전한 것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그런 이야기를 집권당의 원내대표가 불교계의 수장 앞에서 직접 말하는 것은 매우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봉은사 주지 인사에 대한 이야기를 다른 정부여당 관계자들로부터 들은 적이 있는가?
“그렇다. 내가 여기서 그가 누구라고 확인해줄 수는 없지만, 여러 경로를 통해 들었다.”
-봉은사 말고 다른 절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나?
“그렇다. 명진 스님이 주지로 있는 봉은사와 조계사 이야기는 총무원장 선거 때부터 나왔던 이야기들이다. 당시 여권은 봉은사뿐만 아니라 조계사 주지를 실천(승가회) 쪽에서 맡는 것에 대해 부담을 갖고 있었다. 한 때 불교계 뉴라이트 인사로 분류되는 한 스님이 조계사 주지 후보로 거론된 것도 그런 과정에서 돌출돼 나왔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이 부분은 그 뒤에 서로 정리(조율)가 된 것으로 안다.”
-그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 어떻게 대응했나?
“그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참 문제가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그들(여권 관계자들)에게 주의를 주기도 했다. 주지 문제, 즉 인사를 여권에서 자주 거론하게 되면, 정부여당이 불교에 지나치게 개입한다는 비판이 나오게 되고, 나아가 불교탄압이라는 지적을 받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 해주었다.”
“이 수석이 내가 거짓말 한다는데, 거짓말로 이익볼 일 없다”
-아무래도 청와대 이동관 수석과 관련된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다. 한겨레 등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약 15초 가량 이 수석과 통화했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대화가 오갔는 지 알려줄 수 있나?
“한겨레 등 일부언론에 보도된 그대로다. 이동관 수석이 나에게 기자회견을 하지 말라고 했고, (기자회견을 하지 않으면) 사면복권을 해주겠다는 내용의 발언을 했다. 서로 인사를 하는 의례적인 대화가 없었으므로 15초 정도에서 대화가 짧게 끝났다.”
-전화 통화 후 후배인 박 아무개에게 화를 냈다고 하던데, 이유가 무엇인가?
“이동관이가 다짜고짜 기자회견을 하라 마라, 사면복권 해준다 운운 하는 건, 그건 나를 무시하는 발언이 아닌가. 그거하고 사면복권하고 무슨 관계가 있나. 나를 무시하지 않고는 그런 말을 함부로 할 수는 없다. 그래서 전화를 바꿔준 후배 박 아무개에게 야단을 쳤다. 그는 나와 친동생처럼 가까운 후배다. 불교계와 정치권에서 고락을 함께 했다. 그런 후배가 나에게 사면복권을 말하며 기자회견을 하지 말고, 그렇지 않으면 뒷조사 운운하는데 모욕감을 느끼지 않을 사람이 있겠나.”
-이 수석은 전혀 김 거사와 통화를 한 일이 없다고 한다. 거짓에 거짓을 보태고 있다며 명예훼손으로 고소까지 했다. 이 문제가 진실게임으로 가는 게 아닌가?
“그가 일부언론에 말한 내용이 보도된 적이 있다. ‘(김영국이 기자회견을) 안 하겠다는 보고를 받았다. 잘 된 일’이라는 발언이 그것이다. 그 발언이 다 말해주는 것 아닌가. 청와대 시민사회수석도 아닌 홍보수석인 그가 왜 이 문제에 대한 보고를 받는가. 또 기자회견을 안 하겠다고 한다는 보고를 듣고 잘 됐다고 했다는데, 뭐가 잘된 일이라는 것이냐. 이 발언만으로도 외압이 명백한 것이 아닌가.”
-이동관 수석이 김 거사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했는데…
“안상수 원내대표의 발언이나, 이동관 수석과의 전화통화 내용을 확인해준 것이 거짓말이란 것인데, 내가 거짓말을 할 이유가 없다. 거짓말을 해서 나에게 어떤 이익이 있나. 나는 이번 일로 피해를 본 사람이다. 아마 곧 종단에서도 잘리게 될 것이고, 짧지 않은 세월동안 정치권에서 쌓아온 인맥을 다 잃어버리게 되었다. 그런 내가 무엇 때문에 거짓말을 하겠는가. 후배 박 아무개가 ‘형 때문에 청와대고 한나라당이고 난리가 났다’며 ‘지금 이동관 수석이 (광화문) 근처에 있다. 형을 만나고 싶어한다’는 말을 왜 했겠는가. 그런 대화가 오간 자리에는 나와 후배 박 아무개 외에도 지인 3명이 더 있었다. 그들을 밝힐 수도 있지만, 공연히 피해를 줄까봐 밝히지 않겠다. 그중 한 사람은 벌써 불편을 느끼고 있다.”
여권사람들 잦은 주지인사 발언에 ‘불교탄압 비판 나온다’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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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관 스님 총무원장 재임 당시에 종책특보를 지냈다. 그리고 자승 스님이 원장이 된 이후에도 안상수 원내대표와의 만남을 주선하는 등 종책특보의 역할을 했다. 일을 하면서 전임 원장 시절과 현 원장 취임 이후 불교계에 대한 정부여권의 태도에 달라진 것이 있는가?
“전임 지관 스님이 총무원장으로 재임할 때에는 정부여당에서 불만이 있더라도 함부로 말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전임 원장 스님은 MB와 동향으로 가깝다는 이야기도 많이 돌았던 분이다. 그런데도 그들은 매우 조심을 했다. 지관 스님은 아닌 것은 아니라고 확실히 했던 스님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태도가 정부여당 사람들로 하여금 조심스럽게 행동하도록 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그것은 현 총무원장 자승 스님 취임 후에는 여권의 태도가 달라졌다는 말인가?
“지금 원장 스님이 취임한 이후에는 그들이 함부로, 거침없이 이야기 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만나는 여권 사람들마다 공공연하게 조계사 주지와 봉은사 주지 문제를 이야기 했을 정도였으니까. 오죽하면 내가 앞서 말한 것처럼 경고성 발언까지 했겠는가.”
-종단에서는 인사위원회를 열어 김 거사를 징계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들린다. 사실인가?
“종단 쪽으로부터 안상수 대표가 한 말을 왜 명진 스님에게 전해주었느냐. 그것이 직무상 비밀 누설죄에 해당한다는 말을 들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라. 권력의 부당한 압력을 해당 스님에게 조심하는 것이 좋겟다고 전해주는 것은 불자로서 당연히 해야할 일이 아닌가. 그것이 왜 직무상 비밀인가. 그리고 그 이야기를 내가 공개한 것이 아니다. 명진 스님이 말한 것을 확인해준 것이다. 그리고 내가 명진 스님의 말을 확인해준 것은 종단적으로 봐도 도움이 되면 되었지 피해를 준 일이 아니다. 이런 문제가 공개되어 권력의 압력이 밝혀졌으면 종단차원에서 당연히 항의를 해야 하는데, 도리어 징계를 하겠다니…, 스스로 권력에 예속되었다는 것이냐. 납득하기 어렵다. 종단 쪽에서 징계 이야기를 하길래, 정당한 절차를 밟아서 하라고 했다. 인사위원회에서 소명기회를 주고 적법한 절차를 통해서 해야지, 마구잡이로 자르는 식이 되면, 나로서도 법적 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
-명진 스님의 폭로를 어쨌든 계속 확인해주는 상황이 되고 있는데, 혹시 봉은사 쪽과 모종의 커넥션이 있는 건 아닌가?
“그렇지 않아도 그런 말을 여러 차례 들었다. 거기에 대해서는 명백하게 말하겠다. 커넥션 그런 것 전혀 없다. 명진 스님을 알고 있지만, 총무원장 특보 시절에도 1년에 한두 번 만났을 정도다. 명진 스님이 법회에서 처음으로 내 이름을 거론하면서 안상수 대표의 발언을 폭로할 때도 사전에 전혀 언질이나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만일 사전에 연락이 있었다면, 하지 못하게 말렸을 것이다.”
“현 총무원장 자승스님도 내게 함께 일하자고 제안했다”
-총무원장 자승 스님과는 어느 정도 가까운 사이인가?
“나는 전임 총무원장의 종책특보였다. 따라서 전임 원장의 임기가 끝남에 따라 자연히 종책특보의 역할도 사라졌다. 사실 나도 이제 정리를 하려고 하고 있었고, 마침 다시 정치권 쪽에서 함께 일하자는 요청도 있고 해서 그쪽을 갈 생각을 굳히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해 12월 2일 자승 스님께서 만나자고 해서 총무원으로 찾아가 만났다. 그때 원장스님께서 ‘김영국씨 같이 일 합시다'라고 하셨고, 나는 ’스님께서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고맙습니다. 그런데 전임 원장의 특보를 한 사람이라 부담스럽지 않으시겠는냐'고 했더니, 원장스님께서 괜찮다고 하시면서 문화사업단의 일은 줄이고 특보 일을 주로 해달라‘고 말씀하시며 기획실장을 만나라고 하셨다. 그래서 그때까지 (특보)발령은 나지 않았지만, 나는 사실상 종책특보의 역할로 원내대표-문방위원장과 원장스님의 만남을 주선한 것이다.”
-종책특보로 일하면서 보람을 느낀 성과가 있었나?
“나는 오래 전부터 종단과 여권의 관계가 개별적인 로비의 관행을 벗어나 종단기구와 정부기관과의 실무협의체를 통해 풀어나가야 한다고 생각했고 이를 실현시키는데 힘을 쏟았다. 그래야 당당하게 정부와 대화할 수 있고, 요구할 수 있는 것을 요구할 수 있다. 현 정부 출범 전 인수위원회와 종단의 실무대표가 공식적으로 3차에 걸친 회의를 통해 불교계 공약실천 부분을 점검하는 기회를 가졌던 데 대해 보람을 느낀다. 또 현재도 문광부와 종단간에는 이런 대화의 틀이 형성되어 있다. 물론 그 뒤로 인수위와 협의부분은 흐지부지 되어버렸지만. 앞으로도 대 정부관계는 종단의 공식채널을 통해 이루어져야 한다. 그래야 동등한 입장에서 당당하게 요구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마음에 걸리는 것이나 후회되는 것은 없나?
“없는 것 같다. 불자로서 양심에 따라 옳다고 생각하는 방향으로 행동을 해왔다. 다만 친동생보다 더 가깝게 지낸 박 아무개가 이번 사건의 희생양이 될 것 같아서 마음이 몹시 무겁다. 그는 배고프고 어려운 시절을 함께 한 후배다. 그가 잘 나가길 진심으로 바랐다. 열심히 해서 청와대 비서관도 하고,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도 되길 바랐는데, 잘못하면 모든 것이 어려워질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불교계 단체나 종단에 섭섭한 것은 없나?
“있다. 안상수 외압 시비로 불거진 봉은사 문제는 불교내부 문제라고 하니, 그렇다고 치더라도 이동관 문제는 누가 봐도 완전히 청와대의 외압이 사실로 드러난 경우가 아닌가. 거듭 말하지만 이동관의 문제는 불교 내부의 문제가 아니다. 여기에 불교단체들이 침묵하는 것이 서운하고 섭섭하다.”
-혹시 불교계에서 더 하고 싶은 일이나 역할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겠나?
“지관 스님 임기 말에 거론이 된 것이지만, 가칭 ‘불교정책연구소’와 같은 기구가 만들어진다면, 그동안 나의 정치경험과 종단에서의 특보 경험, 그리고 어렸을 적부터 불자로서 살아온 경험을 살려 불교와 종단에 기여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 상황이 이 지경이 되어서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가게 되었다. 그리고 기회가 주어진다면 국회에 들어가서(국회의원이 되어서) 김영국 개인이나 종단의 역량으로 해내기 어려웠던 일을 해보고 싶다.”
“친분있는 스님들 뵈러 1주일 정도 서울 떠나겠다”
-이 시간 후 어떤 계획이 있나?
“(이동관 수석으로부터) 고소를 당했으니 피고소인으로서 조사에 대비도 해야겠고, 또 조사도 받아야 할 것이다. 곧 경찰에서 출석요구가 있겠지만, 한 일주일 정도 평소 인연이 깊었던 스님들을 찾아뵐 생각이다. 이렇게 지방 사찰을 돌며 머리도 식히고, 스님들로부터 고견도 들어야 하지 않겠나. 그러나 피고소인 신분이니 오래 머물지는 못할 것 같다. 다음 주면 서울로 돌아오지 않을까싶다.”
3시간 동안 마음에 담았던 모든 것을 털어놓은 현산 김영국 거사의 표정이 조금은 밝아진 듯했다. 작은 섹(가방)을 오른쪽 어깨에 둘러메고 발길을 재촉하는 그의 뒷모습을 한동안 지켜보았다. 쓸쓸한 바람이 귓전을 스쳐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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