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운사’ 대신 ‘인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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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명새주소 고시…개운사길, '인촌로23길'로 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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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구 안암동에 위치한 개운사와 승가학원이 새로 부여받은 ‘개운사길 51’이라는 주소를 잃고 ‘인촌로23길 73-17’이라는 엉뚱한 주소를 갖게 될 처지에 놓였다.
정부차원에서 추진 중인 도로명주소에 따라 큰 길인 인촌로에서 갈라지는 기존 ‘개운사길’은 ‘인촌로23길’로 개편된다. 이에 따라 개운사의 주소 역시 재부여되는 것. ‘인촌로의 왼쪽에 있는 23번째 길’이라는 뜻이다.
정부의 도로명 주소는 현재 주소와 달리 각 도로마다 이름을 붙이고 도로가 시작되는 지점에서 이어진 방향에 따라 번호를 지정해 쉽게 길을 찾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각 지자체는 올해 말까지 기존 지번주소와 병행 사용한 후 내년 1월부터 전면 도로명 사용에 들어갈 예정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지역의 역사성이나 전통이 무시되고, 주민 의견수렴과정이 부족한 채 일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개운사는 “600년 역사를 지닌 개운사를 주소에서 빼고 인촌로에 한 줄기로 주소를 바꿔버리는 것은 부당하다”며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관할구청인 성북구청은 학교법인 승가학원에 지난 4월 ‘도로명주소 고지문’을 보내 ‘성북구 인촌로23길 60-46’으로 도로명주소가 부여됐다고 알려왔다. 또 이 도로명은 이미 지난해 5월 개명되어 6월에 고시했으며 이에 따른 도로명주소는 올해 7월 29일자로 고시한다고 통지했다.
‘인촌로’란 도로명의 부여사유는 “고려대학교의 설립자인 김성수의 호 ‘인촌’을 인용하여 부여”했다는 것. 게다가 기존의 ‘개운사길’을 변경하면서 지역주민에 대한 적극적인 공지가 부족했던 것은 물론 개운사의 의견은 묻지도 않았다는 게 개운사의 설명이다.
개운사 주지 범해스님은 “인촌 김성수의 친일행적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고려대학교로 인해 부여된 주소에 학교법인 승가학원이 하위주소에 놓이게 되는 꼴”이라며 이의제기 등 다각도로 대책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성산로에서 갈라지는 서대문구 봉원동의 봉원사 일대는 도로명 부여 순서에 따라 성산로23길이 되어야하지만 기존의 ‘봉원사길’을 유지했다. 새 도로명주소가 원칙에 따라 숫자만 부여되는 것이 아니라 기존 길의 인지도와 역사성을 반영해 부여된 사례다. 서울 서대문구에는 ‘성산로22길’ ‘성산로24길’은 있으나 ‘성산로23길’은 새 주소체계에는 길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이처럼 관할 자치단체인 성북구도 ‘인촌로23길’을 고집할 이유가 없어보인다. <도로명주소법 시행령>은 “도로명의 주된 명사는 지역적 특성, 역사성, 위치 예측성, 영속성, 지명(地名)과 지역주민의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도로명주소 개편은 또 예부터 내려오는 마을 고유 지명이 있는데도 주민들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는 채 일방적으로 도로명을 고지, 추진하고 있어 불만이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동대문구(구청장 유덕열)는 지난 3월 주민 2천여 명의 서명을 받아 천호대로로 편입된 하정로 명칭을 환원하는 내용의 ‘도로명 변경신청안’을 행정안전부에 제출했다. 하정로는 조선개국 공신이자 세종대왕시대의 대표적인 청백리인 하정공 류관의 호를 딴 신설동 로터리에서 답십리 신답철교까지 1.65km 구간으로 지난해 3월 ‘1도로 1명칭’ 원칙에 따라 천호대로로 이름이 변경됐었다.
청주시 흥덕구 내곡동 주민들과 외북동 주민 250여 명도 “마을 고유 명칭이 있음에도 마을 지명과 전혀 안 맞는 '문학로'로 도로명을 고지해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도로명 변경을 위한 서명서를 작성해 청주시에 이의신청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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