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가톨릭 성지화 사업 앞장서는 지자체 자중해야

천해 2013. 9. 6. 07:24

 

가톨릭 성지화 사업 앞장서는 지자체 자중해야
 
2013.09.02 14:10 입력 발행호수 : 1210 호 / 발행일 : 2013-09-04

지자체를 앞세운 가톨릭 성지화 행보가 심상치 않다. 이웃종교의 성지화 사업을 반대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별다른 역사문화적 공감대가 없는 공간을 국민 혈세로 성지화 하고, 나아가 불교의 전통문화성도 외면한 채 성지화 사업을 추진하는 것만은 분명 짚고 넘어가야 한다.


서울 중구청이 추진하고 있는 서소문역사공원 조성사업은 뚜렷한 역사문화 공감대 없이 아전인수 격 성지화의 대표 사례로 볼 수 있다. 중구청에 따르면 조선시대 가톨릭 신자들이 처형당한 장소인 서소문 근린공원을 순교성지로 재조명 해 세계적인 순교 성지 관광지로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비약이요 왜곡이다.


서소문 근린공원 지역은 조선시대 초부터 국가적으로 중대 사건이 발발할 때마다 국가통치행위에 따라 처형이 이뤄졌던 곳이다. 따라서 서소문 근린공원에서 처형당한 사람이 가톨릭 신자 뿐만은 아닐 것이라는 사실은 너무도 명백하다. 중구청의 논리대로라면 불교, 유교, 개신교도 중구청에 각자의 순교성지로 전환해 달라는 요구를 할 수 있다. 중구청은 어느 손을 들어줄 수 있겠는가. 누가, 어떤 기준으로 이런 발상을 했는지 모두지 알 길이 없다.


서산시가 내포문화숲길 및 아라메길의 일환으로 추진하고 있는 가톨릭 순례길 조성도 간과할 수 없다. 아라메길 구간 중 10Km구간은 본래 천장사로 향하던 길이었다. 그럼에도 서산시는 가톨릭 성지순례길로 바꿔버렸다. 불교 산사길이 가톨릭 성지순례길로 탈바꿈한 것인데 문제는 그 길이 가톨릭 소유의 길이 아니라는 점이다. 즉, 지자체 마음대로 산사길을 가톨릭길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불교 산사가 갖고 있는 전통사찰의 당위성과 역사문화성을 하루아침에 무너뜨린 것이다.


성지화 사업이든 관광사업이든 추진 과정에서 주민 갈등을 유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더욱이 종교 형평성 논란까지 불러일으키는 사업을 지자체가 나서서 해야 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따라서 각 지자체는 현재 추진하고 있는 각종 관광사업을 재검토 해 수정할 것은 수정하고, 접을 것은 과감하게 접어야 한다.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