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운문승가대학 졸업 50회 기념법회 성료
- 2013.09.26 10:50 입력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발행호수 : 1214 호 / 발행일 : 2013-10-02
1958년 개원 1850동문 배출
1000여 동문 한 자리에 모여
선배들 소임 자청 행사 준비
스승 명성 스님 사은 의미도
선․후배 어우러진 ‘동문의 밤’
옛 추억에 박수․함성 이어져
“반 백 년 운문의 역량 확인”
철 잊은 늦여름 더위를 씻어 내는 단비가 전국을 적시던 날 호거산의 하늘만은 유독 푸르렀다. 전날까지도 전국에 걸친 비 예보에 노심초사하던 스님들은 준비했던 천막을 치우고 오색 휘장을 마음껏 내걸었다. 푸른 하늘을 감싸 안은 푸르른 호거산, 그 아래 너른 가슴으로 펼쳐진 운문사에 썩 잘 어울리는 축제의 오색 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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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24일 경북 청도군 호거산 운문사(주지 일진 스님)가 들썩였다. 운문승가대학(학장 흥륜 스님) 제50회 졸업생 배출을 기념하는 총동문회가 열렸기 때문이다. 전국에 흩어져있던 동문들이 모교를 찾아 호거산으로 모여들었다. 무려 1000여 명. 지난 1958년 운문사에 ‘비구니전문강원(1987년 운문승가대학으로 명칭 변경)’이란 이름으로 처음 문을 연 운문승가대학은 내년 1월 50회 졸업생을 배출한다. 지금까지 총1850명의 동문들이 이곳에서 수행자이자 인천의 스승이 되는 첫 매무새를 배웠다. 그 세월이 벌써 반 백 년, 그 사이 운문승가대학의 앳된 학인은 수행, 포교, 복지, 문화 등 불교계 곳곳에 빈틈없이 뿌리를 내렸다. 든든한 고목이 되고 빼곡한 숲을 일궜다. 누군가는 주지가 되고 또 누군가는 교수가 되었다. 조계종 총무원에서 집행부 소임을 맡은 이도 있고 종회의원이 돼 역량을 발휘하는 이들도 있다. 군 포교, 복지사업, 복원불사도 거뜬히 일궈냈다. 화가가 되고, 음악인이 되고, 문인이 되어 불교문화를 선도하는 이도 헤아릴 수 없다. 모두가 사부대중의 든든한 기둥이 되었다. 그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이는 날, 찾아오는 동문들의 발소리에 운문사 낮은 담장들도 어깨를 들썩였다.
운문사에서는 매년 한 차례 동문들이 참석하는 운문승가대학 총동문회가 열리지만 동문 모두에게 초청장, 아니 소집령(?)이 내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50회 졸업생 배출이라는 자축의 의미도 크지만 올해 세수 여든넷에 이른 회주 스님이자 그들 모두의 스승인 명성 스님에 대한 사은의 자리이기 때문이다. 호거산 자락이 운문사를 잉태한 이후 이렇게 많은 스님들이 모이기도 아마 처음일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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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후배 모두가 모이는 총동문회를 앞두고 일찌감치 운문의 밤은 하얗게 물들었다. 1000여 명의 동문이 참석을 알려오고 수 십여 동문들이 일손을 거들기 위해 일찌감치 운문사로 발길을 재촉했다. 열흘 전부터 찾아와 김치를 담그고 간 동문도 있고 3일 전부터 아예 운문사에 머물며 음식 준비에 앞장선 동문들도 있었다. 특히 졸업한지 10여년이나 되어가는 선배 스님들이 학인들의 앞치마를 두르고 지객, 다각, 채공, 공양 등 모든 소임을 자처했다.
1월 졸업 예정인 화엄반 선운 스님은 “선배 스님들이 공양 준비를 도맡으셔서 학인들은 도우미 역할 밖에 하지 못했다”며 “졸업하신 선배 스님들과 함께 음식을 준비하며 동문이라는 각별한 인연의 깊은 뜻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었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선후배가 함께 준비한 정성스런 점심공양을 함께 나눈 스님들은 오후1시 입재식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총동문회를 시작했다. 입재식에서는 운문사 주지 일진 스님의 환영사, 자랑스런 동문들에 대한 소개에 이어 회주 명성 스님을 통해 본 비구니승가 교육에 관한 논문 봉정식을 봉행, 스승에 대한 후학들의 깊은 존경을 반영했다.
이어진 총동문회의에서는 동문회에서 마련한 장학금 수여와 함께 각 분야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동문을 치하하는 ‘자랑스런 운문인상’ 시상식이 함께 진행됐다. 회의에서는 운문승가대학의 발전을 위해 동문 스님들이 솔선수범해 상좌들을 운문승가대학에 입학시키자는 의견이 줄을 이어 모교에 대한 변함없는 사랑을 과시했다.
운문동문들이 모인다는 소식에 전국 각처에서 자원봉사자들의 발길도 이어졌다. 운문사 후원 뜰에는 누구나 마실 수 있는 차 공양과 다과 등이 마련됐고 설거지 등 온갖 궂은일도 원근 각처의 사찰에서 찾아온 봉사자들이 도맡았다. 인근 대구 뿐 아니라 경산, 울산, 인천 등 전국에서 찾아온 자원봉사자들은 오랜 세월 운문사와 운문승가대학의 여러 스님들과 인연을 맺어온 신도들이었다. 차 공양 부스를 설치하고 이날 하루 800인 분의 차를 공양한 최명순 원정차문화원 이사장은 “운문사와 인연을 맺은 지 30여년 세월이 지나다보니 학인시절 보았던 스님들이 곳곳에서 포교와 수행에 진력하고 계신다는 소식을 자주 접하게 된다”며 “그러나 오늘 만큼은 다들 옛 학인시절로 돌아간 듯해 더없이 반갑다”며 흐뭇한 눈길을 거두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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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총동문회의 절정은 저녁 공양 시간 이후 마련된 동문인의 밤이었다.
기수별 동문 소개에 이어 시작된 축하공연에서는 50회 졸업예정 학인 스님들이 마련한 깜짝 무대가 펼쳐졌다. 30여명 학인 스님들 사이에 몸을 숨기고 있던 학장 흥륜 스님이 하모니카를 들고 모습을 드러낸 것. 스승과 제자들이 함께한 무대에서 울리는 청아한 하모니카 연주의 감동에 객석의 스님들 모두가 숨을 죽였다.
후배들의 축하 공연이 끝나자 선배들의 화답 무대가 이어졌다. 16회 졸업생 스님들은 “학인 시절 회주 스님께서 연주하시는 피아노에 맞춰 부르던 노래인데 아직까지도 제목을 모른다”며 40여 년 전 스승과 함께 부르던 노래를 합창했다. 옛 추억에 흠뻑 빠진 스님들의 요청으로 무대에 오른 명성 스님은 즉석에서 노래의 제목을 ‘희망’으로 지어주며 제자들과 함께 입을 모아 훈훈함을 더했다.
이어 20회 졸업생들은 “스승님과 선배들이 함께 계신 이런 자리가 아니면 어디에서 늙은 재롱을 피워볼 수 있겠냐”며 흥겨운 민요로 좌중을 압도했다. 제자들의 공연 내내 옅은 미소만 머금고 있던 명성 스님도 주름진 제자들의 ‘재롱’ 앞에 결국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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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운문사 도량을 아름다운 오페라 아리아로 물들인 29회 동문 정률 스님은 “선후배 스님들 앞에서 노래할 수 있어 그 어느 때보다 떨리고 기쁜 무대였다”며 “선후배스님들을 보면서 더욱 정진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기회가 됐다”고 감동을 전했다.
공연의 피날레를 장식한 블루 레이 상영의 진행을 위해 운문사를 찾은 정목 스님은 “비록 운문승가대학 동문은 아니지만 상좌 네 명을 모두 운문사로 보내 공부시킨 학부형이기도 하다”며 “다시 만나기 힘든 아름다운 운문인들의 모습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승가의 한 사람으로서 더 없이 자랑스럽다”고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정목 스님은 “오늘날 운문사의 모습 그대로가 회주 명성 스님의 역사이기도 하다”며 “걸어 다니는 운문의 역사이자 걸어 다니는 경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후학들에게 사표가 되는 스승이 계시기에 스승을 향한 지극한 마음이 오늘과 같이 아름다운 모습을 만들었다고 생각된다”고 이번 행사를 지켜본 소감을 밝혔다.
25회 동문이자 조계종 총무원 문화부장인 진명 스님은 이날 행사를 마친 후 “오늘 한자리에 모인 동문들을 보면서 지금까지 운문승가대학이 비구니 승가 교육의 산실로 매진했다면 이제는 역량을 모아 불교 발전을 위한 중추적인 역할을 해야 할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운문동문들의 힘을 하나로 모아 불교발전을 위해 회향할 수 있는 체계적인 기틀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평가했다.
주지 일진 스님 역시 “운문승가대학이 반백년을 맞이하는 시점에서 수행․포교․문화․학술 등 모든 분야에서 운문인들의 역량이 발휘되고 있음을 더욱 절실히 느꼈다”며 “운문동문의 이름이 불교 중흥의 작은 초석이 되고자 운문사에서도 다양한 사업을 계획하고 있으며 특히 이번 총동문회 기간 동안 판매된 명성 스님 작품 사진집의 수익금 전액을 우리 사회의 꼭 필요한 곳에 사용하기로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특히 운문사에서는 신라 말 운문사를 중창한 원광법사의 사상을 연구․계승할 전문기관으로 ‘신라 원광화랑 연구소’를 설치, 이날 오전 현판식을 가졌으며 오는 11월9일 창립 기념 학술세미나도 봉행할 계획이다. 또 운문사의 사계와 대중 스님들의 일상을 렌즈로 기록한 사진집도 제작, 발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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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문사 회주 명성 스님은 “오늘 한자리에 모인 제자들을 보니 비록 스승이지만 고개가 숙여질 만큼 훌륭하게 성장해 더 없이 기쁘고 자랑스럽다”며 “언제, 어느 곳에서도 운문인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부처님의 말씀만 말하고 부처님의 행만 행하며 운문인답게 살아가길 바란다”고 당부의 말을 전했다.
운문의 동문들이 함께 모여 빚어낸 아름다운 축제에 취해 별도 달도 잠든 밤, 호거산 호랑이는 운문의 아름다운 미래를 노래하며 밤이 새도록 어깨춤을 추었다.
청도 운문사=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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