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각급 학교에서 종교편향 및 특정 종교 신봉을 강요하는 행태가 비일비재한 가운데 경기도 안양에 소재한 백영고등학교(교장 유화웅)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근 교회에서 예배를 보는 등 특정 종교 의식을 강요해 물의를 빚고 있다. 현행법상 사학이 학생들을 대상으로 특정 종교에 관한 교육과 종교 의식을 행하는 것이 헌법에 위배한다고 규정하고 있음에도 학내 종교 강요가 근절되지 않아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안양 평촌동에 소재한 백영고는 지하 강당에서 예배를 봐오다 4년 전부터 학교에서 5분 거리에 위치한 ㅅ교회에서 금요일 아침 예배를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관계자들에 따르면 백영고 재학생들은 등교 시간 전인 아침 8시께 ㅅ교회에서 예배를 마치고 등교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밖에도 이 학교는 1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기독교 세계관’이라는 특정 종교 과목을 정기적으로 가르치고 있으며 매년 4차례에 걸쳐 신앙 논술 시험을 치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적이 우수한 학생에게는 상을 수여해 종교 간 불평등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백영고 한 교사는 “예배 드릴 장소가 없어 궁여지책으로 금요일 인근 교회에서 예배를 봐 온 것은 사실이지만 강요가 아닌 자율적 의지에 의해 참석했다”며 “본인의 의지에 따라 미션 스쿨을 택한 만큼 큰 문젯거리가 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이어 “전국에 있는 기독교 사립학교가 300여개가 넘는데 예배가 문제가 된다면 (건학 이념을 따를 것이냐, 학내 종교 자유를 보장해 줄 것이냐를 두고)300여개 학교 역시 마찬가지 입장을 보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종교자유정책연구원을 비롯해 시민단체들은 자의든 타의든 학교의 건학 이념을 앞세워 학생들을 대상으로 특정 공간에서 예배 행위를 한 자체가 문제라며 질타했다.
종교자유정책연구원 한기남 사무처장은 “특정 교과목에 종교 과목을 설치할 경우 대체 과목을 편성하지 않았을 때 문제가 된다”며 “학생들의 자율 의지에 따라 예배에 참석했다고 하지만 교과 선택의 자율권을 보장하지 않은 상태에서 예배를 봐 온 학교 측의 결정은 종교 강요 행위와 다르지 않은 교육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한 처장은 이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학교 운영비의 90%이상을 충당하는 사립학교에서 특정 종교를 강요하는 행위는 ‘헌법’과 ‘교육기본법’, ‘초등교육법’을 위반하는 명백한 위법”이라며 “학생들이 종교 자유를 보장 받고 인권이 침해받지 않도록 제도 개선은 물론 학생들과 밀착한 가운데 그들의 인권을 보호해 줄 수 있는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 장은숙 회장은 “대부분의 학생들이 선택이 아닌 배정 형태로 고교에 진학하기 때문에 자신의 종교관과 상관없이 진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건학 이념을 이유로 개인의 신앙을 강요하는 사례를 제도적으로 근절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게 급선무”라고 조언했다.
최승현 기자 trollss@beopbo.com
1043호 [2010년 03월 29일 18: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