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다. 큰 무례를 범해 불교계에 죄가 크다.”
대구기독교총연합회의 불교폄훼 및 템플스테이 예산 저지 영상이 성공회 대구교회 조모 신부가 제작한 것으로 밝혀지자 대한성공회가 불교계에 공식 사과했다.
대한성공회 의장 김근상 주교와 교무원장 김광준 신부는 11월 12일 오전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을 예방, 사과의 입장을 밝혔다.
이날 김 주교는 “지역 사제가 한 일이지만 드릴 말씀이 없다. 자승 스님을 볼 낯이 없다”며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만 있었어도 그렇게 가벼운 행동은 안했을 것”이라며 거듭 사과했다. 김 신부도 “그 동안 불교계와 성공회가 종교간 대화도 꾸준히 하고 많은 부분을 협력해 왔는데 이런 일이 생겨 부끄럽다”며 고개를 숙였다.
사회국장 묘장 스님이 사후 조치를 명확히 해달라고 요구하자 김 신부는 “11월 15일까지 공식사과문을 총무원과 동화사에 제출하라고 전했다”며 “동화사는 직접 찾아가 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전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자승 스님은 “미국에서 여러 종교지도자와 만났을 때 그들의 합리적인 화합 모습이 인상적이었다”며 “특정종교가 다른 종교를 비방할 경우 종교인들이 모여 그 종교를 강력히 비판하고 재발이 없도록 했다”고 말했다. 특히 스님은 “요즘 한국의 종교계는 겉만 화합이지 속으로는 불교를 비방하고 있다”며 “불교계가 참고 있지만 도를 지나쳐 위험 수위에 이르렀다”고 일침했다.
자승 스님은 더 나아가 이웃종교비방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방편으로 ‘증오범죄처벌법’을 종교지도자들이 모여 논의하자는 제안도 덧붙였다. 그러자 사서국장 우봉 스님은 “대부분 훼불과 폄훼는 일부 개인의 믿음이니 기독교계가 통제는 어렵다고 말한다”며 “이런 논리가 지속되면 종교간 화합은 불가능하다. 타인의 종교자유를 침해할 수 없도록 종교간 합의로 법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승 스님의 제안에 김 주교는 “좋은 생각”이라며 “기독교가 요즘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서로를 존중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모색돼야 한다”고 적극 찬성했다.
대기총의 불교비방 동영상은 성공회 대구교회 조모 신부가 실질적인 제작자로 확인됐다. 종교평화위원회에 따르면 조모 신부는 ‘대구 중보기도사역’이라는 인터넷 카페를 만들어 사전답사, 기초조사발표와 더불어 문제의 동영상까지 제작했다. 이에 종평위는 지난 11월 4일 성공회에 공식적인 해명을 요구했고, 성공회가 직접 사과에 나선 것이다.
김 주교는 “성공회는 이번 일의 책임을 분명히 묻겠다”며 “두 번 다시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며 만약 재발할 경우 그 사제는 교단 안에 남지 못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1072호 [2010년 11월 12일 11: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