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불교의 정치영향력과 불자정치인

천해 2012. 5. 16. 23:03

 

불교의 정치영향력과 불자정치인
 
2012.05.14 13:15 입력손혁재 nurisonh@gmail.com 발행호수 : 1146 호 / 발행일 : 2012-05-16
 

4.11 총선이 치러졌다. 총선 결과가 나오자 불교언론들은 당선자 가운데 얼마나 많은 불자가 있는지 일제히 보도했다. 현 18대 국회보다 당선자가 줄었고, 개신교 당선자가 가장 많다는 사실도 전했다. 불자 당선자가 많고 적음은 중요하지 않다. 불자 당선자의 숫자가 많다고 해서 불교의 위상이 높아지는 것도 아니고 교세가 확산되는 것도 아니다. 또 국민의 대표가 되어서는 안 될 정치인이라도 불자라면 무조건 축하해야 하는가.


이번 선거에서 불교계는 예전과 다른 움직임을 보였다. 다른 종단과 함께였지만 시국선언을 통해 투표참여를 호소했다. 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불시넷)는 “중생의 안락과 행복, 우리 불자들의 손으로 만들어갑시다”라며 불자들에게 투표참여와 바른 선택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벌였다. 반드시 투표하되 묻지마 투표를 하지 말 것, 지연-학연-종교를 떠나 후보자의 삶과 정책을 살펴보고 선택할 것 등을 호소했다. 이런 움직임이 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불자들은 어떤 선택을 했는지 등에 대한 심층보도가 눈에 띄지 않아 아쉬웠다.


불시넷은 바른 후보자 선택을 위한 4가지 기준을 제시했다. 과도한 개발을 막고 자연과 인간, 인간과 인간이 조화롭게 함께 살아가는 것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생명평화 감수성이 있는 후보, 양극화를 해소하고, 사회 안전망을 갖추기 위해 봉사하고 나눌 줄 아는 자비심을 가진 후보, 무조건 개발, 무조건 반대가 아니라 견해가 다른 이들을 보듬고 사회전체의 통합에 힘쓸 후보, 굶주리는 북한동포를 살리고, 남북통일을 평화롭게 이룰 시대적 책임감을 가진 후보 등이다. 과연 불자 당선자들이 이 기준에 합당한지 지금이라도 차분하게 따져보면 좋겠다. 이 기준은 12월에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서도 유용할 것이다.


불교는 신도수에 비해 정치적 영향력은 별로 크지 않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종교인구(2005년 기준) 가운데 불교신자가 43.0%(1천73만)으로 가장 많다. 개신교는 34.5%(862만) 천주교는 20.1%(515만)이다. 그러나 역대 선거에서 불교계는 비중에 걸맞은 대접을 받지 못했다. 공략하기 쉬운 표밭 정도로만 인식되었다. 정치권에서는 ‘조계종 총무원만 잡으면 불교계는 끝난다’는 생각이 주류라고 한다.


이는 불교계 스스로 자초한 업보다. 일부 불교지도자가 특정 정권, 특정 정치지도자에게 매달림으로써 정치인들로 하여금 불교를 쉽게 보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불교계가 선거에 이용되면서 불교의 이미지가 실추되고 위상이 흔들린 대표적인 사례가 20년 전에 일어난 상무대 80억원 비리사건이다. 권력이 불교계를 얼마나 우습게 보는지를 증명해준 상무대 비리의 핵심은 신성해야 할 사찰이 검은 돈의 세탁에 이용당했다는 점이다. 권승의 무리가 여당후보에게 빌붙어 충성경쟁을 벌이다 일어난 봉은사 사태도 부끄러운 일이다.


불교계는 어떤 방식으로 대선을 대비해야 하는가. 우선 과거처럼 권력과 결탁해서는 안 된다. 불교계의 선거 간여는 ‘국민들이 원하는 것’, ‘올바른 정치 구현’ 등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 종단 차원이나 종단 지도자의 이름으로 특정후보나 특정정당을 지지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자칫 권력의 불교 간섭을 스스로 불러들이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스님들도 정책에 대해 개인적 견해를 갖고, 이를 직접 행동으로 옮길 수도 있다. 다만 대표성을 가진 경우의 참여는 안 된다. 개인적인 참여나 지지가 불교계 전체의 참여나 지지로 비춰지기 때문이다.


불시넷의 호소처럼 “불자들이 바른 선택을 해 제대로 된 나라일꾼을 뽑는 것이야말로 보살행”이다. 제18대 대통령 선거는 극심한 지역갈등과 계층갈등, 세대갈등, 그리고 남북갈등을 통합하고 조정하며, 개혁의 과제를 적극 추진할 수 있는 대통령을 뽑는 선거이다.

 

▲손혁재 상임대표

따라서 누가 대통령이 되느냐가 중요하지 않다. 다음 대통령이 해야 할 과제는 어떤 것인지, 그 과제 해결을 위해서 요구되는 자질과 품성은 무엇인지를 꼼꼼히 따져서 불자들에게 알려주는 데서부터 ‘좋은 대통령’을 만들어내기 위한 교단의 노력은 시작되어야 한다.
 

 

손혁재 풀뿌리지역연구소 상임대표 nurisonh@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