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과 쇄신 결사를 선언한 조계종이 치명타를 입었다. 그것도 외부로부터가 아닌 내부로부터 입은 치명타이기에 내상은 더욱 깊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부처님오신날을 코앞에 두고 터져 나왔으니 승가는 물론 재가불자 등 사부대중이 고개를 들고 길을 나서기 어려울 정도다.
일부 스님들이 내기 포커를 쳤다고 한다. 백양사 전 방장 수산 지종 스님의 49재에 참여하기 위해 모인 스님들이 호텔방에 앉아 포커를 친 것이다. 방장 스님이 전한 뜻을 헤아리고, 백양사의 미래에 대한 담론을 펼쳐야 할 자리를 카드가 대신 했다니 아연실색해진다. 중앙종회의원까지 지낸 중진 스님들도 포함됐다 하는데 그 상좌들은 은사들로부터 무엇을 배울 수 있단 말인가. 예로부터 ‘수좌는 샘터라도 이름이 좋지 않으면 가까이 가지 말라’했다. 누구를 탓하기 전에 참회해야 마땅하다.
그렇다 해도 이것만은 짚어봐야 한다. 누군가, 그 호텔방에 카메라를 설치해 이 장면을 포착했고, 이를 외부로 유출시켰다는 점이다. 다분히 고의적이다. 누가, 왜, 어떻게 했는지는 후에 밝혀질 일이니 자세한 것은 그 때 따져보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 치졸한 행위는 지탄받아야 한다.
현재 교계에서 추정하고 있는 것처럼 이 행위가 승가, 즉 스님에 의해 벌어진 일이라면 이는 심각하다. 스님이 직접 카메라를 설치하고 외부로 유출시켰든, 스님이 일반인에게 사주했든, 스님이 이 일에 직간접적으로 관여돼 있다면 통탄할 일이다.
조계종 총무원 호법부가 있고, 종헌종법이 엄연히 살아 있음에도 이런 일을 벌여 외부로 유출시키는 게 당연지사로 여겨지고, 나아가 이러한 일이 영웅적 일로 부각된다면, 이는 자정도 아니요, 쇄신도 아니다. 공멸을 초래할 뿐이다. 개선해야 할 점이 아직 많지만 그렇다고 승가가 부도덕한 집단, 범죄 집단은 아니지 않은가. 왜 승가를 스스로 그러한 집단으로 만드는가 말이다.
총무원 집행부 부장 스님들은 이번 일을 통감 하며 일괄사표를 냈다고 한다. 시의적절한 용단이다. 총무원은 총무원 나름대로 참신한 인재를 등용시켜 확실한 진용을 꾸려야 한다. 그래야 이번 문제도 지혜롭게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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