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누군가의 장난에 놀아나는 어리석은 존재들

천해 2012. 6. 5. 02:08

[정법정론]
누군가의 장난에 놀아나는 어리석은 존재들

 

2012년 06월 03일 (일) 22:46:39 청안

요즈음 불교계, 범위를 좁혀서 조계종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런저런 문제들과 그 문제를 둘러싸고 여러 인물과 세력들이 보여주는 행태를 보면서 꼭 답답하기만 하지는 않습니다. 곧 무너져 내릴 것만 같이 위태위태하다가도, 오히려 그 위태로움이 생명을 살려주는 바탕이 될 수도 있겠다는 희망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희망의 싹을 잘라버리고 그 자리에 자기가 다른 싹을 심고 싶어 하는 인물과 세력들이 곳곳에서 기회를 노리고 있어서 아직 마음을 놓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그들이 심고자 하는 희망이 불교를 더 불교답게 하는 것이라면 심는 이가 누구인들 상관이겠습니까만, 지금 들려오는 바로는 그런 기대를 갖기 어려워 보입니다.

 

이처럼 호시탐탐하고 있는 이들의 움직임을 지켜보면서 뜬금없이 50년도 더 지난 먼 시절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배운 우화가 하나 떠올랐습니다.

 

약아빠진 토끼 한 마리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낮잠을 자다, “뭐 재미있는 일이 없을까?”하는 생각에 장난을 쳐보기로 했습니다. 토끼가 장난감으로 떠올린 것은, 대담하게도 바다와 육지에서 각기 가장 크고 힘이 센 고래와 코끼리였습니다.

 

자그마한 토끼가 고래를 찾아가 설득합니다.
“고래님, 고래님은 이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세지요?”하면서 고래의 기분을 한껏 돋아주고, 그래서 고래에게서 “그럼, 그거야 새삼스럽게 말할 필요도 없지!”라는 답을 받아냅니다.
“그런데요, 고래님. 저 뭍에 사는 코끼리라는 친구는 자기가 이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세다고 하네요. 제가 아무리 ‘바다에 사는 고래가 훨씬 더 힘이 세다’고 이야기를 해주어도 막무가내로 ‘나보다 힘이 센 동물이 어디 있느냐?’며 제 말을 믿지 않습니다. ……”
이 말을 들은 고래는 기분이 몹시 상해서 숨을 가쁘게 쉬며 씩씩댔습니다.
“그럼, 토끼야, 네가 그 놈에게 가서 기운 자랑을 해보자고 전해라. 내 그 놈 버릇을 확실하게 고쳐주어야겠구나.”
“예, 고래님. 말씀대로 전하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고래를 판에 끌어들이는 데에 성공한 토끼가 코끼리에게 가서 똑 같은 방식으로 코끼리를 설득해 ‘기운 자랑’ 판에 끌어들였습니다.
그 뒤 고래와 코끼리 사이를 여러 차례 오가며 ‘기운 자랑’의 규칙을 정하여 동의를 얻은 뒤 본격적인 장난을 시작하였습니다. 덩치가 거대한 고래와 코끼리에게 큰 밧줄을 묶고 둘이 줄다리기 시합을 하도록 한 뒤 실제로는 이 두 장난감(고래와 코끼리)에게는 보이지 않는 큰 바위산에다 밧줄을 단단히 묶었습니다.
고래와 코끼리는 “내가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세다는 것을 확실하게 보여주겠다!” 다짐하며 온 힘을 다해 밧줄을 당겼지만 아무리 힘을 써도 그 밧줄이 끌려오지 않았습니다. 몇 시간, 아니 며칠을 두고 힘이 빠질 때까지 이 두 어리석은 장난감들이 밧줄을 끌어당기는 동안 처음에는 재미가 있어 양쪽을 오가며 “조금만 더 힘을 쓰면 이길 수 있습니다”며 이 ‘기운 자랑’ 장난을 즐기던 토끼도 이제 더 이상 흥미를 잃고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서 편안하게 잠을 청하고 아예 고래와 코끼리의 줄다리기 시합은 잊고 있었습니다.
결국 고래와 코끼리가 지칠 대로 지칠 때가 되어서야 바위산에 묶어 두었던 밧줄이 닳아 풀어지게 되었습니다. 힘이 다 빠진 뒤까지도 이 불쌍한 거대 장난감들은 자신들이 토끼에게 속은 것도 모르고 “그래, 내가 세상에서 가장 힘이 센 것은 확실해. 그런데 저 놈도 보통은 아니네. ……”하고 말았답니다.

 

먼 옛날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배운 위 이야기 생각을 하고 있던 참에 한 주간지에서 불교계의 최근 사태와 관련한 기사를 쓰면서 ‘사정 · 정보기관의 종교단체 사찰 보고서’를 단독 입수했다며 소설 같은 이야기를 담아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 소설 같은 기사의 신빙성이나 신뢰도는 없어보였습니다만, 혹 저 위 이야기에 등장하는 토끼처럼 누군가 - 그것이 정보기관이든 아니면 광고와 판매부수 격감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언론사든 - 불교계의 힘을 가진 개인이나 세력들을 부추겨 ‘힘 자랑 줄다리기’ 판에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리석기 짝이 없는 고래와 코끼리처럼, “이 기회에 원장 자리 한 번 차지해보자”는 욕심을 가진 일부 원로에서부터 “우리는 아무 잘못도 없다”면서 “하루 빨리 종권을 내려놓으라!”고 대책 없는 고함만 질러대는 수좌들이나 곳곳에서 주판알을 두드리며 이합집산과 권력 나누기 게임을 시작한 종권주의자들, “우리는 청정한데 당신들이 문제”라면서 막상 자신들은 아무 책임도 지지 않으려하면서 바둑판에 훈수나 두려는 일부 젊은 승려들 ……

 

토끼처럼 장난을 치고 있는 ‘보이지 않는 권력’에 속는 줄도 모르고, 이 모든 사람들이 열심히 밧줄을 잡은 채 용을 쓰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왕서방 주머니만 채워주게 되는 줄도 모르고 신이 나서 재주를 부리는 ‘곰’처럼, 교활한 토끼의 ‘작난’에 놀아나는 줄도 모른 채 열심히 밧줄을 당기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합니다. 이러다가 토끼의 정체가 드러난 뒤에야 정신을 차리고 “저 놈에게 속았구나.”하고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제발 정신을 차립시다. 원로든, 선방의 수좌이든, 아니며 어떻게든 이 판을 이용해서 자기 지위를 확고히 해보겠다고 애를 쓰는 활동가들이든, 어리석은 고래나 코끼리가 되지 맙시다.

 

다시 이런 말은 듣게 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人人人人, 僧僧僧僧, 老老老老, 禪禪禪禪”
“사람이면 다 사람인가 사람다워야 사람이지.
승복을 입었다고 다 스님이냐 스님다워야 스님이지.
나이 먹었다고 다 원로이냐 원로다워야 원로이지.
선방에서 좌복 깔고 앉아 있다고 다 선사이냐 선사다워야 선사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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