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편향

당진시립합창단, 혈세 들여 또 하나님 찬양

천해 2012. 9. 23. 02:01

당진시립합창단, 혈세 들여 또 하나님 찬양
 
불교 등 8개 연합합창제 메인곡으로 찬송가
2010년에도 연말 선교공연 등 종교편향 논란
보덕사 합창단 보이콧…“선정과정 참여 못해”
 
2012.09.21 10:41 입력김규보 기자 kkb0202@beopbo.com 발행호수 : 1163 호

 

 

 

혈세를 지원 받아 ‘선교 공연’을 벌여 물의를 일으켰던 당진시립합창단(감독 겸 지휘자 정승택)이 지자체 예산으로 진행되는 연합합창제를 주관하며 또다시 찬송가를 메인곡으로 선정해 종교편향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


문제의 합창제는 10월6일 열리는 ‘당진 대합창제’로 당진시가 주최하고 당진시립합창단이 주관하는 행사다. 불교계 보덕사합창단, 개신교계 동일교회성가대, 교육계 에듀콰이어 등 다양한 분야의 8개 합창단이 참가하며 종교·신분을 초월하는 화합의 자리로 기획됐다.


그러나 이번 합창제를 주관한 당진시립합창단은 8개 합창단이 함께 부르는 연합합창곡으로 찬송가인 ‘I believe’를 선정해 논란의 불씨를 제공했다. 이 노래는 ‘A HYMN FOR THE WORLD’ 앨범에 수록된 곡으로 ‘HYMN’은 개신교계에서 예배에 사용하는 성가를 일반적으로 일컫는 말이다. 실제로 곡의 가사는 “소리 높여서 크게 외쳐요, 그대 거룩한 믿음을…나는 믿어요, 모든 사람들을 사랑으로 이끄심을…”이라는 내용으로 기독교 신앙을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또 개신교 관련 인터넷카페에서는 “찬송가 ‘I believe’의 악보를 구한다”는 내용의 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합창제 초대장에서는 “음악은 종교와 성별, 신분을 초월하여 하나로 만들어주는 마법 같은 존재”라며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같이 연습하고 활동 중인 합창단들이 모여 합창제를 개최한다”고 명시했으나 ‘종교와 성별을 떠난 존중과 배려하려는 마음’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는 비판이다.


특히 주관단체인 당진시립합창단은 지난 2010년에도 당진시로부터 연간 10억여 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활동하면서 찬송가 일색으로 편성된 공연을 벌여 지역불교계의 반발을 불러온 바 있다. 당시 충청남도가 시정조치와 재발방지를 약속했지만 또 다시 사태가 발생하자 지역불교계는 강하게 분노하고 있다.


당진사암연합회 총무 도문 스님(영랑사 주지)은 “종교간 화합과 서로에 대한 배려를 목적으로 기획된 합창제에서 찬송가를 부르라는 것이 타종교에 대한 배려인가”라고 되물으며 “당진시립합창단의 개신교 편향 활동이 반복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사태를 계기로 시민의 혈세를 이용한 지자체의 선교행위를 근절시키겠다”고 강력 대응을 천명했다.


합창제에 참석할 예정이었던 당진 보덕사 주지 정안 스님은 “종교편향 논란이 심히 우려된다”며 “당진사암연합회 차원의 대책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보덕사합창단은 9월20일 합창제 불참을 결정했다.


지역 불교계가 이처럼 강하게 반발하는 데에는 당진시 측의 안이한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진호 당진시립합창단 기획홍보담당은 9월20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곡 선정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씨는 “해석의 차이일 뿐이고 ‘I believe’를 찬송가라고 생각하진 않는다”며 “보덕사합창단이 보이콧을 해도 합창제는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견지했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당진시 문화예술과의 담당자 역시 “선곡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고 책임을 회피하면서도 “이 노래가 보덕사합창단에 도대체 어떤 피해를 주는가”라고 되묻는 등 “이해할 수 없다”는 태도로 일관했다.

 

박성규 보덕사합창단 지휘자는 “연합합창곡 선정에 대해 어떠한 논의나 자문요청도 없던 상태에서 I believe라는 찬송가가 합창곡으로 선정됐다는 통보를 받고서는 아연실색했다”며 “곡은 누구나 찬송가임을 알 수 있을 만큼 종교적 색채가 강해 곡을 본 합창단원들 모두가 ‘왜 연합합창단 무대에서 우리가 찬송가를 불러야 되느냐’며 합창제 참가를 거부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당진시립합창단의 종교편향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본지는 지난 2010년 지역주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당진시립합창단(舊 당진군립합창단)이 연말마다 찬송가 일색의 선교공연을 개최했으며 합창단 홈페이지 단원소개란에 기독교 이력을 기입하는 등 종교편향을 노골적으로 드러냈음을 지적한바 있다. 논란이 끊이지 않자 충청남도는 당진군립합창단의 선교행위에 대해 재발방지와 철저한 감독을 약속했다.


한편 당진시 문화예술팀 관계자는 본지의 취재가 진행되자 돌연 전화를 걸어와 “당진시립합창단과 협의를 통해 연합합창곡을 변경하겠다”고 당초 입장을 번복했다.


김규보 기자 kkb0202@beopbo.com
대전·충남지사=이장권 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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