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편향

인천공항, 연등 내부설치 끝내 거부

천해 2013. 5. 12. 15:51

인천공항, 연등 내부설치 끝내 거부
 

“문화재 몰이해·종교차별”비난확산
5월9일 “운영과 무관” 공문 회신
처음엔 종교시설물로 치부하더니
이번엔 내부규정 등 이유로 거부
기독교 상징물 트리는 매년 설치
조계종 “문화재 몰이해” 유감표명

 

2013.05.10 13:33 입력송지희 기자 jh35@beopbo.com 발행호수 : 1195 호

인천공항이 연등회 홍보를 위한 전통등 설치 제안을 끝내 거부했다. 애초 문화재인 연등을 일개 종교시설물로 치부해 물의를 빚더니, 문화재적 가치를 강화한 개선안으로 재차 제안하자 이번엔 내부규정을 이유로 결국 거부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매년 크리스마스에는 트리를 설치해 왔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문화재 홀대 및 종교편향”이라는 비난여론이 확산된 바 있으며 “애초 내부설치를 피하기 위한 핑계였던 것 아니냐”는 지적마저 거세다. 조계종도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내고 “인천공항측의 처사에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조계종 문화부는 5월10일 “연등회 보존위원회가 지난 한달여간 인천공항공사 측에 수차례 협조공문과 방문을 통해 연등 설치 요청을 했음에도 끝내 전통등 설치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조계종에 따르면 인천공항은 9일 공문을 통해 “전통등 설치는 공항운영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으므로 설치를 제한하며 여객터미널 바깥 지역에 설치할 경우 협조하겠다”고 최종 회신했다.


이 같은 입장은 지난 5월6일 인천공항 관계자가 조계종 문화부를 방문해 “내부규정인 시설물 설치규정상 내부설치는 힘들다”며 전해온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당시 인천공항측은 “내부규정인 시설물설치규정상 설치가 곤란할 뿐 아니라 해당 장소에 이미 상설공연장이 설치돼 있어 공간적 한계가 있다”고 어려움을 전했다. 대신 “공항 외부 1.2km 구간에 거리연등을 조성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공항측의 이런 태도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다. 이미 지난 2010년 해당 장소에서 전통등 전시를 진행한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인천공항이 시설물관리규정을 들어 설치가 어렵다고 답한 장소에 과거 전통등이 설치됐었던 점을 들어 일각에서는 “인천공항 내부규정이 허술하거나 아니면 공항측이 연등의 내부설치를 피할 구실로 규정을 내세우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해당 사안으로 공항을 방문했던 관계자도 “시설물관리규정 때문이라고 해도 예전에 설치했던 전례가 있고, 상설공연장 역시 이 때문에 연등 설치 공간이 아예 없다고 보긴 힘들다”며 “공항측이 내부설치의 여러 가지 어려움을 말하면서 외부 설치를 제안했지만 솔직히 내부설치를 피하기 위한 핑계라는 생각이 드는 게 사실”이라고 속내를 전했다.


인천공항측이 매번 다른 이유를 들어 연등 설치에 난색을 표하는 것에 대한 불편함도 적지 않다. 연등회 보존위원회가 4월16일 처음 연등설치를 제안한 당시엔 연등을 종교시설물로 치부하며 ‘종교간 형평성’을 이유로 거절하더니, 문화재적 가치를 높인 ‘국보급 탑등’으로 재차 제안하자 이번엔 내부규정을 이유로 난색을 표해 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인천공항측이 매년 크리스마스 트리는 설치해 점등식까지 거행해 오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난여론이 확산된바 있다. 또한 공항측은 내부설치의 어려움과 관련,  2008년 십이지신상 설치시 개신교계의 반발 사례를 거듭 언급함에 따라 “특정종교계 눈치보기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된 바 있다.


문화부장 진명 스님은 “처음부터 연등설치가 어려운 이유로 공항측이 제시하는 내용이 납득이 가지 않아 재차 제안을 하게 된 것인데 계속 다른 이유를 대며 ‘어렵다’고 하고 ‘외부설치’를 권하니 황당하다”며 “인천공항측의 이 같은 행보가 혹여 특정종교계의 반발을 의식했다거나 문화재 홀대 인식에서 비롯됐다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결국 인천공항측이 “공항 운영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끝내 연등설치를 거부하면서 “문화재 몰이해에서 비롯된 전통문화 홀대”라는 비판이 확산되고 있다. 


조계종도 10일 보도자료를 내고 “인천공항이 연등설치를 거부한 것은 전통문화 몰이해에서 비롯됐다”며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조계종은 “연등회는 국가중요무형문화재인 동시에 매년 3만명의 외국인들이 즐겨찾는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축제”라며 “그럼에도 인천공항공사는 특정종교 시설물이라는 이유로 타종교와의 형평성, 내부 규정 등을 들어 설치를 끝내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연등회 전통등을 특정종교 시설물로 치부한 것은 한국 전통문화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또한 한국의 아름다운 전통문화를 외국인들에게 알릴 기회를 스스로 방기하는 동시에 전통문화와 불교에 대한 차별행위”라고 꼬집었다.


조계종은 특히 “인천공항의 이 같은 처사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며 “지금이라도 현명한 판단이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송지희 기자 jh35@beopbo.com

 

    <진행경과>

 

날짜                                          내용
4월16일   연등회보존위원회, 전통등(동자, 동녀) 설치요청 위한 1차 공문 발송
4월19일   문화부장 진명 스님, 문화재보호재단 이세섭 이사장과 면담
             “긍정적 의견으로 협의·검토하겠다”
4월24일  인천공항공사, 전통등 설치제안 거부 회신
             “특정종교 시설물 설치 불가”
5월2일  연등회보존위원회, 인천공항공사에 2차 공문 방문 전달.
            문화재적 가치 높인 감은사지탑(국보급) 탑 설치 제안.

5월6일  인천공항공사 입장 구두 전달
           “내부 설치 불가, 외부 설치 제안”

5월8일  총무원 문화부, 공항 내부 전통등 설치 재요구      
           인천공항공사, 내부설치 불가, 외부 설치 제안

5월9일  인천공항공사 공식답변 회신
           “공항운영과 직접 관련없어 설치제한외부 설치시 협조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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