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감정 모자라 종교 감정시대까지 여나”

“종교간 화합을 통한 국민대통합은 대한민국이 세계일류 국가로 발돋움하는 굳건한 자산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 1월 16일 조계사 대웅전에서 열린 ‘한국불교지도자 신년하례법회’에 당선인 자격으로 참석해 밝힌 말이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뿐 아니라 후보 시절부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신은 어떠한 종교적 편향도 없음을 주장해 왔다. 그러나 지난달 29일 구성된 내각은 사실상 ‘기독교 내각’으로 역시 장로 대통령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들이 터져 나오고 있다.
종교평화위원회가 3월 3일 발표한 이명박 정부 주요인사 종교현황 자료에 따르면 청와대 수석을 비롯해 행정부 각 부처 수장 중 불자는 전무했다. 장관 가운데 불자는 단 한명도 존재하지 않았고, 25명의 차관 중 불자는 문광부 김장실 종무실장이 유일했다. 청와대 주요 구성원도 불자는 제1부속실 김희중 비서관과 대변인실 김은혜 부대변인뿐으로 종교 편향적 정책 입안마저 우려되고 있다. 이에 대해 교계에서는 ‘개신교 내각’이라며 강력히 비판하고 있다.
반면 청와대 수석의 50%, 장관 63% 등 절대 다수가 개신교 신자로 구성됨에 따라 교계에서는 “지역감정을 넘어 이제는 종교감정 시대”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서울 봉헌’ 발언 등 과거 종교 편향적 행보에 따른 교계의 저항을 막기 위해 본인 스스로 “종교정책 공약은 불교가 유일하다”며 불교 껴안기에 공을 들여왔다.
후보 시절 이 대통령은 대통령 비서실 직제를 개편해 전통문화 담당 비서관을 신설, 불교인을 임명하겠다는 파격적인 공약을 제시했으며 인사 행정에 있어 종교간 형평성을 고려해 불교계가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제도적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방송위원회, 문화재위원회 등 정부산하 각종 위원회의 위원 선정에도 불교계 인사를 적극 추천할 뜻을 전해왔다. 당선 후에는 인수위와 조계종간 실무위원회를 구성해 불교 현안을 협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취임 후 행보는 교계와의 약속과는 거리가 멀다. 유일한 불자 장관 후보자였던 이춘호 씨가 여러문제로 낙마하자마자 변도윤 전 YWCA 부회장을 여성부 장관에 내정했으며 추부길 웰커뮤니티교회 목사를 홍보기획 비서관에 임명하는 등 개신교 인사를 적극 등용했다. 더욱이 업무상 교계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청와대 문화예술 비서관, 관광체육 비서관을 모두 개신교인으로 구성해 향후 불교정책 입안 및 처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란 예상마저 나오고 있다.
사실 이 대통령의 이런 행보는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종교편향은 없을 것”이라고 말해 왔지만 교계의 ‘종교중립 서약’ 요구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또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구성 시 개신교 인맥을 핵심 인사로 대거 기용하면서 이러한 인사가 결코 인수위 차원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불안한 예감을 끊임없이 자극했다.
이번 이 대통령의 종교 편향 인사는 교계와의 충돌을 예고하고 있다. 개신교 중심의 인사 편식으로 교계와의 소통 통로가 완전히 끊겼기 때문이다. 특히 교계에서는 생명과 자연 환경, 문화재 보호에 민감한 교계의 정서를 전혀 고려하지 않고 밀어붙이기식으로 진행하고 있는 한반도 대운하에 대한 반대 여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3월 7일 문경 봉암사에서 열리는 대운하 반대 정진법회가 이명박 정부와 교계 간 충돌의 서막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940호 [2008-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