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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등불 밝히는 마음으로 순직 용사 기리다

천해 2010. 5. 24. 21:39

거리 등불 밝히는 마음으로 순직 용사 기리다
 
마산 봉축위, 제등행진 비용 전액 추모 사업에 회향
한 준위 49재 창원·진해도 동참 총 4200만 원 보시
기사등록일 [2010년 05월 24일 17:30 월요일]
 
 

추모사업 성금 가운데 1000만 원은 한 준위의 아들 한상기 중위에게 전달됐다.

 

마산 봉축위원회가 제등행진을 생략하는 대신 그 비용을 고(故) 해군 UDT 한주호 준위를 비롯한 천안함 유족들을 돕는 회향해 화제가 되고 있다.

 

5월 17일 진해 해군교육사령부 보국사에서는 한 준위의 49재 회향과 천안함 사고로 인해 순직한 46명의 용사에 대한 추모법회가 엄수됐다. 가족, 도반, 지인을 잃은 슬픔을 어찌 말로 다 표현할 수 있을까. 하지만 절망과 한탄만 존재하던 사고 직후의 절규가 아니었다. 오히려 충만한 온기가 흐르고 있었다. 얼굴도 본 적 없고 이름도 들어보지 못했지만 함께 슬픔을 나누며 눈물을 흘린 이들, 바로 마산과 창원 그리고 진해 사부대중이 물질의 등 대신 마음마다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등불을 밝혔기 때문이다.

 

조계종 군종교구(교구장 자광)가 주최하고 해군교육사령부 흥국사(주지법사 혜정)가 주관한 이 법석에는 마창불교연합회(회장 원정, 이사장 지태)와 진해사암연합회(회장 운성)가 특별 후원으로 함께했다. 특히 마산 봉축위원회는 올해 제등행진을 과감하게 생략하는 대신 예산 3000만 원 전액을 한 준위와 천안함 희생자들을 위해 회향했다.

 

법회에서 전달식을 가진 추모사업 성금 가운데 1000만 원은 한 준위의 살신성인 정신을 기리는 동상 건립 기금으로 한 준위의 아들 한상기 중위에게 전달됐다. 또 2000만 원은 46명의 천안함 유가족 장학 사업으로 해군 군종실장 도연 강보승 법사를 통해 전해졌다. 이밖에도 마산창원불교연합회는 추모단, 영산재, 대중공양 등 막재 비용으로 1200만 원을 보시했다. 이로써 천안함 사고를 추모하기 위한 마산창원진해 불교연합회의 보시 금액은 총 4200만 원에 달했다.

 

사실 마산 봉축위원회는 지난해보다 확대된 규모와 이벤트 행사까지 포함한 제등행진을 기획 중이었다. 이 행사 비용을 한 준위와 천안함 순직 장병을 위해 회향하게 된 것은 한 준위가 신심 지극한 불자였고 지역출신 희생장병 6명 모두 불자라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비롯됐다. 이에 지난 4월 14일 긴급회의를 통해 마산지역 사부대중이 뜻을 모았다. 봉축행사는 점등식만 간단히 봉행하는 대신 제등행진 경비 3000만 원을 전액 추모 사업에 기탁하기로 결의한 것이다.

 

이 같은 마산의 결정에 창원과 진해 불교계도 한 준위의 49재 막재를 함께 준비하고 동참했다. 이렇게 막재의 규모가 확대되면서 법회 장소도 6재까지 진행된 진해 해군교육사령부 흥국사보다 넓은 신병교육대의 보국사로 옮겼다는 후문이다. 법회에서는 경남무형문화재 제22호 불모산 영산재 보존회의 전통 의식이 2시간 여 동안 진행돼 여법함을 더했다.

군종교구장 자광 스님도 영가 법어에서 “지역의 모든 불자들이 이곳에 당신을 환송하기 위해 왔다”며 “그에 감응 하셔서 속히 극락세계 왕생하길 바란다”며 마산, 창원, 진해 불교계의 동참을 격려했다.

 

한 준위 유족대표인 아들 한상기 중위도 “망망대해 밝혀주는 등대와 같은 존재였던 아버지를 잃은 슬픔을 견디기 힘들었다. 하지만 많은 스님들과 불자님들의 기도와 격려 덕분에 가족들은 힘을 내서 아버지를 편안하게 보내드리게 됐다”며 “평생 두고 갚아도 모자랄 것 같다”고 합장 인사를 올렸다.

 

마산창원불교연합회 이사장 지태 스님은 “천안함 사고로 전 국민이 슬픔을 나누는 이 시기에 거리의 연등행사 대신 아픔을 나누고 마음의 등불을 밝히는 데 함께해 준 사부대중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고인의 가족은 물론 이 자리에 모인 모든 시민과 불자들이 일체 무상의 진리를 받아들이고 집착을 버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조국을 위한 사명으로 세연을 다한 천안함 순직자들은 이미 모든 임무를 마친 것이나 다름이 없다. 이제 자유롭고 자비로운 대해탈의 세계로 나아갈 일만 남았다. 그 길을 환하게 밝힌 등불을 그들은 분명 또렷하게 봤으리라.

 

진해=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1050호 [2010년 05월 24일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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