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독교인 아니면 사립학교 선생님도 못될 판
- 서울 사학들, 교사 채용 종교 응시자격 제한 논란
세례증명서·목사 추천서 등 증빙서류 제출 요구해
종자연 “헌법의 직업선택 기본권 침해…불법”비판- 2010.12.28 15:02 입력 발행호수 : 1079 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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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인이 아니면 사립학교 선생님이 될 수가 없게 생겼다.
최근 서울시 사립학교들이 신입교사를 채용 공고를 내면서 특정종교 신자로 응시자격을 제한하거나 목사 추천서나 세례증명서를 요구해 파문이 일고 있다.
본지가 12월27일 현재 서울특별시교육청 홈페이지 구인구직란에 12월1일부터 게재된 서울 사립학교 기간제 및 정교사 공개채용 게시물 중 마감이 안 된 사례를 조사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됐다.
조사결과 세례증명서나 목사추천서 등의 기독교 신자 증빙서류를 요구한 사립학교는 서울관광고, 영락유헬스고, 정신여중․여고, 숭의초․여고, 광성중․고, 우촌초, 화랑초, 영신여고, 서울실용음악학교, 배재중․고, 예원학교, 밀알학교(특수학교) 등 총 16곳에 달했다. 이화여자외국어고의 경우 첨부한 이력서에 종교란을 따로 배치했다.
이들 사립학교는 세례 교인이나 건학이념 구현에 적극적인 기독교인으로 채용 응시자격에 명시했다. 또 출석교회 담임목사 추천서와 세례증명서 및 세례교인 증명서 등을 제출 서류 목록에 게재했다.
특히 특수교사를 모집하는 밀알학교도 출석교회 담임목사 추천서를 요구했으며, 서울관광고는 교회봉사활동 확인서까지 제출하도록 했다. 이들 사립학교는 나아가 자기소개서에 신앙지도에 대한 계획(정신여중․여고)과 교회 생활(영락유헬스고), 신앙고백(서울실용음악학교)을 기술하도록 안내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125년 전통의 명문 사학임을 내세운 자립형 사립고 배재고는 교인증명서 양식까지 첨부해 교회 내 직분 및 직책까지 상세히 게재하도록 했다.
이들 사립학교의 행정은 지난 11월 특정종교 신자로 응시자격을 두는 것을 금지한 서울시교육청의 지침을 따르고 있지 않아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교육감 곽노현)은 지난 11월 서울 시내 모든 사립학교에 교원 채용에 관련해 지켜야 할 법적 사항을 정리해 별도 공문으로 내려 보냈었다. 공문에는 “특정종교 신자 또는 특정단체가입자 등 공개전형 취지에 어긋나는 응시자격 제한을 유의하고 업무 처리에 철저를 기하라”며 특정종교 신자로 응시자격을 엄격히 금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립학교들이 국민 세금을 지원받는 현실에서 교육청의 공문에도 특정종교인만 채용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돼, 템플스테이 예산이 포교에 쓰인다며 일방적인 비판을 일삼는 개신교계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 7월22일 연경사회문화정책연구네트워크 공개한 2008년 교육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교육부는 2008년 한해 재정결함보조금으로 종교사학에 6300억원을 지원했다. 이 가운데 개신교계 사학엔 4309억원, 가톨릭은 1106억원을 지원받았으나 불교 사학은 452억원에 불과했다. 재정결함보조금은 사립학교의 재정 부족분을 정부가 지원하는 예산이다.
김영국 연사연 운영위원은 “이러한 발표에 대해 당시 교회언론인회는 반박성명에서 사립학교에 지원되는 예산은 선교와 관련이 없다고 해명했다”면서도 “그러나 사립학교들의 교원 임용 채용 공고를 보더라도 그런 해명이 거짓임이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교계 안팎의 종교자유와 인권 문제 전문기관 종교자유정책연구원(공동대표 박광서․이하 종자연)은 “사립학교들이 불법 행위를 저지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종교로 인한 차별을 금지한 헌법 제11조 제1항과 직업선택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 제15조를 위반했다는 분석이다. 헌법 제11조 제1항에는 “누구든지 성별, 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고 명시돼 있다.
한기남 종자연 사무처장은 “입사지원시 종교를 밝히도록 요구하는 것은 헌법 제11조 제1항을 위반했으며, 헌법 제15조에서 보장하고 있는 직업선택의 자유를 사립학교들이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 사무처장은 “뚜렷한 목적을 가진 경향사업일 경우, 즉 교회에서 일할 사람을 뽑는다면 교인을 뽑을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교육의 장인 학교는 공공영역이며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공간인만큼 특정종교에 편향되거나 국민의 기본권을 무시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 사무처장은 동국대 부설 은석초의 경우도 지원자격 및 우대사항에 ‘본 법인의 건학이념인 불교정신을 이해하고 신앙생활을 하는 자’로 명시해 놓은 점도 개선을 주문했다.
지난 5월 국가인권위원회는 “행정직 채용 시 특정 종교인으로 지원자격 제한을 둔 행위는 규정한 종교를 이유로 고용영역에서의 차별행위고용영역에서 종교를 이유로 한 차별행위”라며 서울여대와 동국대에 시정을 권고한 바 있다.
한 사무처장은 “선교나 포교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학교는 공적인 영역”이라며 “교사나 교직원은 종교를 이유로 차별을 둬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와 관련 종자연은 내년 헌법 위배를 근거로 서울시교육청에 해당 사립학교에 대한 감사 청구를 검토 중이다. 향후 종자연은 내년부터 종교사학 내 종교인권 보장과 종교자유 침해 개선을 위한 세미나를 준비하는 등 종교사학 내 국민 기본권 보장을 위한 사업에 주력할 방침이다.
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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