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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도 없는 폐허…재기의 기도를 올리다

천해 2011. 7. 11. 01:21

끝도 없는 폐허…재기의 기도를 올리다
일본 지진 피해지역 찾은 조계종

 

2011년 07월 10일 (일) 12:01:52 신혁진 기자 webmaster@budgate.net

“아……”

 

스님들의 입에서는 긴 탄식이 흘러나왔다.

 

일본 동북부지방 미야기(宮城)현 서남부 나토리(名取)시 유리아게(閑上)구. 지난 8일 조계종 대표단이 도쿄를 거쳐 동북부의 중심도시인 센다이 시내에 도착해 일본 조동종 임향원(林香院, 린코인)에서 동일본 대지진 희생자 천도재를 일본 측 스님들과 함께 장엄하게 봉행했지만, 그때까지도 TV화면을 통해 보았던 지진 피해 현장을 떠올리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직접 눈으로 확인한 피해 현장을 상상을 뛰어넘는 것이었다. 그 참혹한 상흔은 4개월 간의 복구작업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드러났다.

 

8일 조동종 임향원에서의 천도재 봉행에 앞서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한국의 불자들과 국민들은 불의의 참사를 당한 일본 국민들이 고통을 자신의 일처럼 여기며, 하루속히 큰 상심에서 하루속히 벗어나기를 한 마음으로 기도하고 있다”며 “이러한 한국 국민들의 마음이 전해져 모든 영가들의 업장이 소멸되고, 생사고해에서 벗어나 극락왕생하기를 기원한다”며 추모의 뜻을 전했다.

 

조계종 어산어장(魚山魚丈) 원명스님의 범음 소리가 임향원 법당에 울려퍼지고 이어 스님들이 연꽃을 들고 하얀 장삼자락을 휘저으며 작법무를 펼쳤다. 두 시간 여에 걸친 천도의식을 마치고 조계종 대표단은 일본 조동종 스님들의 안내로 미야기현 센다이시 서남부에 위치한 나토리시 유리아게 지역으로 향했다.

 

   
▲ 주인을 찾지 못한 차량들은 치워지지 않아 여전히 아무렇게나 뒹굴고 있다.

 

지난 3월 일본 동북부를 강타한 진도 9.0의 대지진과 이어진 지진해일로 희생된 이만 1만5천400여 명. 지금까지 시신조차 찾지 못해 실종자로 남은 이들도 9천여 명이다. 대표단을 태운 버스가 도착한 곳은 유리아게 지역 창림사(昌林寺, 쇼린지). 주지 마츠모토 스님은 자승스님 등 대표단에게 지진 당시의 상황을 사진을 보여주며 설명했다.

 

“지난 3월 11일 오후에 시내의 우체국에 갔다가 지진을 느끼고 급히 절로 돌아왔습니다. 법당 천정이 무너지고 마을의 집도 여러 채가 무너져 내렸습니다. 피해를 살펴보는데 쓰나미 경보가 울렸습니다. 아무것도 챙기지 못한 채 피해야 했습니다. 엿새가 지나 3월 17일에야 절에 돌아와 보니 쓰나미로 떠내려 온 커다란 통나무들이 2미터 이상의 높이로 쌓여있었습니다. 간신히 나무와 건물 잔해들을 치우고 들어올 수 있었습니다. 물은 빠져나갔지만 앞으로 2년 동안은 저를 포함한 주민들이 모두 가설주택에서 생활해야 합니다.”

 

창림사 주변에서는 복구작업이 한창이었다. 창림사도 심각한 피해를 입었지만 불전에 기도를 올리고 장례를 치러 안치하는 역할을 해야 하기에 임시복구한 상태였다. 조계종 대표단의 방문 소식을 듣고 이재민 피난소에서 생활하고 있는 마을 주민들이 창림사로 모여들었고, 조계종 대표단은 영가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축원과 함께 위로의 마음을 담은 염주를 주민들의 손목에 걸어주었다.

 

조동종 재무부장 진노 뎃슈(神野 哲州) 스님은 “일본 조동종은 동북부 지방에 위치한 사찰이 많아 피해가 심각했다”며 “미야기현에서만 7곳의 사찰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창림사에서 축원을 마친 대표단은 다시 버스에 올라 유리아게지구 중심지역으로 이동했다.

 

   
▲ 나토리시 유리아게구의 동선사.

미야기현 나토리시 유리아게구는 인구가 7천100명 정도였으나 이번 지진 해일로 인해 한 순간에 폐허가 됐다. 이 지역에서만 910구의 사체가 발견됐고, 104명이 아직도 행방불명인 상태다. 지금도 쓰레기를 치우다 사체가 발견되고 있다.

 

복구작업이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잔해를 치우는 일이다. 지금까지도 차량과 배들이 곳곳에 처박힌 채로 뒹굴고 있었다. 허허벌판처럼 보이는 곳에는 수백채의 집들이 있던 곳이었으나 지금은 콘크리트로 된 터만 남았다.

 

대표단이 찾은 조동종 동선사(東禪寺) 역시 뼈대를 드러낸 채 위태롭게 서 있었다. 사찰을 둘러싸고 있던 납골묘 수천기의 비석들은 하나도 남김없이 쓰러져 뒹굴었다. 그 위로 말없이 부모님의 비석을 찾아 헤매는 유가족도 눈에 띄었다.

 

“수 백 명의 주민들이 숨진 채 발견됐고 동선사 주지스님도 지진해일을 피하지 못하고 입적하셨다”는 설명을 들은 조계종 대표단은 다 무너진 법당에서 말없이 향을 사르고 기도를 올렸다. 뜻하지 않은 재난에 희생된 모든 이들의 극락왕생과 함께, 살아남은 이들의 다시 일어섬을 기원하는 기도였다.

 

조동종 종무총장 사사키 코이치 스님은 “동일본 대지진 피해 희생자들의 극락왕생을 기원하고 피해자들을 위로하기 위해 일본을 방문한 조계종의 자비심에 경의와 감사를 표한다”며 “조계종과의 교류와 협력으로 양국 불교의 발전은 물론 세계평화에 기여하는 다양한 활동이 전개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조계종은 이번 방일에서 동일본 지진피해 구호활동을 펼치고 있는 조동종 국제구호단체 샨티국제자원봉사협회에 구호기금 2천만 엔(한화 2억6천만 원)을 전달했다.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끔찍한 재난에도 침착함과 평정심을 잃지 않는 일본 국민들의 의연한 대처에 감동했다”며 “조계종은 일본 국민들이 슬픔을 거두고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관심을 갖고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약속했다. 
 

   

▲ 대지진 당시의 상황을 설명하는 창림사 주지 마츠모토 스님.

 

   

▲ 조계종 대표단이 창림사에서 축원을 올리는 동안 법요에 참석한 주민이 함께 합장하고 있다.

 

   

▲ 쓰나미로 2미터 높이까지 차올랐던 바닷물이 빠진 뒤의 창림사 모습.

 

   
 
   

▲ 동선사의 지진 이전 모습.

 

   

▲ 동선사 주변을 싸고 있는 납골묘의 쓰러진 비석들을 한 일본 스님이 말없이 바라보고 있다.

 

   

▲ 대지진 이전 신사가 있던 낮은 동산에 올라 희생자들을 위해 기도를 올리는 스님들. 아래 벌판처럼 보이는 곳은 집들이 들어서 있던 주택가였다.

 

   

▲ 법당 앞 종각에 걸려있던 범종이 잔해 속에 옆으로 누운 채로 복구되지 못하고 있다.

 

   

▲ 비석이 있던 자리에 누군가가 과일공양을 올렸다.

 

   

▲ 유리아게지구는 인구가 7100명 정도였으나 이번 지진 해일로 인해 한 순간에 폐허가 됐다. 이 지역에서만 910구의 사체가 발견됐고, 104명이 아직도 행방불명인 상태다.

 

   
 

   
 
   
 
   

▲ 대지진 이전의 동선사 모습. ⓒGoogle

 

   

▲ 유리아게구의 지진 이전 모습.

 

   

▲ 현재 유리아게구의 위성사진. 사진 왼쪽 위의 기와지붕이 동선사. ⓒGoogle

 

   

▲ 지진 피해 이전의 유리아게구 거리모습. 평범한 주택가는 폐허로 변했다. ⓒGoo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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