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당시 미군에 의해 밀반출됐다 국내로 돌아온 것으로 추정됐지만 그 행방이 묘연한 것으로 알려졌던 ‘명성황후 카페트’가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국립박물관은 5월 26일 오전 한국전쟁 당시 밀반출됐다 다시 국내로 반환된 ‘명성황후 카페트’가 박물관에 소장돼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를 공개했다. 박물관 측은 “이 유물은 2009년 ‘잔치풍경-조선시대 향연과 의례’ 전시에 출품될 예정이었으나, 방대한 크기로 인해 전시가 불가능해 일반에 공개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그 동안 국가기록원, 문화재청, 외교부 등 관계당국에서 이 문화재가 국내에 있는지조차 파악하지 못하다가 뒤늦게 국립박물관에 소장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은 정부의 문화재 관리에 총체적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결과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명성황후 카페트’의 행방이 묘연하다는 의혹을 처음으로 제기했던 조계종 중앙신도회와 문화재제자리찾기는 5월 26일 중앙신도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뒤늦게나마 명성황후가 사용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귀중한 문화재가 중앙박물관에서 확인된 것은 다행”이라면서 “문화재청이나 국가기록원, 외교부 등 관계당국에서 이 문화재와 관련된 기록이 전문한 상태라고 답변한지 7일 만에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돼 있다는 사실을 발표한 것은 의아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문화재제자리찾기 사무총장 혜문 스님은 “시골 외딴 곳에 있는 박물관도 아닌 국립중앙박물관이라는 곳에서 이 문화재가 발견될 정도임에도 관계당국이 이를 파악하지 못한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며 “이는 국립중앙박물관이 미국으로부터 반환받은 문화재에 대해 정확한 목록이 없거나 혹은 소장품의 종류를 잘 알지 못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문화재제자리찾기는 지난해 11월, 미국 「Life」에 실린 기사에서 “명성황후가 사용하던 카페트가 밀반출되다 발견돼 다시 한국으로 되돌려졌다”는 내용을 확인하고, 메릴랜드 대학에 소장돼 있던 ‘반환문화재 목록’을 입수했다. 이후 지난 4월 관련 자료 수집을 마치고, 국가기록원과 문화재청에 이와 관련한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그러나 국가기록원은 미국으로부터 반환된 문화재 목록을 확인할 수 없다는 답변을 보냈고, 문화재청 역시 외교부 소관이라고 확인을 회피했다.
이에 문화재제자리찾기는 이 문화재에 대한 행방을 찾기 위해 지난 5월 18일 301명의 서명을 받아 감사원에 ‘국민감사청구’를 제기하기도 했다.
한편 문화재제자리찾기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카페트의 소재가 확인된 만큼, 미국으로부터 반환 받은 또 다른 문화재 목록들에 대해서도 추가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권오영 기자 oyemc@beopbo.com
1051호 [2010년 05월 26일 15: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