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편향

지자체 앞장선 가톨릭 성지화에 우려 확산

천해 2013. 9. 6. 07:21

지자체 앞장선 가톨릭 성지화에 우려 확산
 
2013.09.02 10:48 입력송지희 기자 jh35@beopbo.com 발행호수 : 1210 호 / 발행일 : 2013-09-04

서소문·횡성·진천 등 대표적
성지화 위해 국유지까지 점유
정교분리 위배·종교편향 우려


주민·종교간 갈등으로 비화
지역 전통·역사 무시도 문제

 

전국 곳곳에서 지방자치단체를 앞세운 가톨릭 성지화 열풍이 거세다. 지역내 가톨릭 성지를 잇는 순례길 개발은 물론, 순교기념관이나 역사공원 조성까지 각기 다양한 형태로 진행 중이다. 그러나 현재 추진 중인 대부분의 성지화 사업은 그 주체가 종교단체가 아닌 지자체라는 점에서 정교분리 위배 및 종교편향 우려가 다분하다는 지적이 많다. 사업의 주요골자는 가톨릭 성지화이지만, 지역관광 활성화 및 문화 육성사업의 차원에서 추진되기 때문에 지자체 예산은 물론 국비도 적잖은 규모로 투입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한국에서 가톨릭의 역사 자체가 그리 길지 않은데다가, 성지의 대부분이 종교적 신념에 따른 순교지나 선교장소 등 신앙적 공간이라는 점에서 논란의 소지가 있다. 종교를 넘어서 역사·문화적 공감대 형성이 가능한지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존재하는 것이다. 지자체가 국민 세금을 투입해 특정종교 성지화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한지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 서울 중구청이 추진하고 있는 서소문역사공원 조성 사업이 대표적이다. 이 사업은 구한말 가톨릭 신자들이 처형당한 장소인 서소문 근린공원을 순교성지로 재조명함으로써, 세계적인 순교 성지 관광지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중구청은 올 7월 이에 대한 사업계획안을 문화체육관광부와 기획재정부에 전달했다.


문제는 공원 조성부지 2만여㎡ 가운데 무려 94%에 달하는 1만7000㎡가 국유지라는 점이다. 공원 내 순교자 현양탑 등이 조성돼 있긴 하지만 정작 가톨릭 소유지는 전무해, 자칫 특정종교가 국유지를 점유해 성지화 사업에 나선다는 비판에 직면할 소지가 다분하다. 더욱이 서소문공원은 조선시대 초부터 주요 처형장으로 사용된 만큼, 가톨릭 신자 뿐 아니라 국가적으로 중대한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국가통치행위로서 처형이 이뤄진 역사적 중첩지라는 점에서 특정 종교의 의미만을 확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서소문역사공원 조성 사업과 관련 문화체육관광부와 기획재정부는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문광부 관계자는 “국유지를 활용해 특정종교 성지화라는 종교적 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은 원칙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현재로선 아무것도 정해진 바가 없다”고 전했다.


종교자유정책연구원은 “지차체가 특정종교 성지화에 앞장서는 것은 문화·관광 연계성을 감안하더라도 여러모로 정교분리 위배 및 지역 갈등 발생 소지가 크다”며 “원칙적으로 신앙적 측면의 종교 사업에 국가 예산이나 재산이 사용돼서는 안된다는 입장이지만, 그 기준이 모호하므로 향후 토론회 등을 통해 공론화에 나설 계획”이라고 전했다.

 

송지희 기자 jh35@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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